10년 넘게 운영한 중소기업, 자녀에게 승계할 때 600억 원 공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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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 지원제도 활용 전략
상속 개시 전에 2년 이상 종사, 6개월 내에 임원으로 취임해야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 120억원까지 세율 10% 혜택

이재훈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재무설계전문가(FA)(오른쪽). 한화생명 제공
이재훈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재무설계전문가(FA)(오른쪽). 한화생명 제공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중소기업들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창업 세대의 고령화로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후대로 전수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가업승계’는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고민하는 많은 창업주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주변에서 막대한 상속세, 증여세 부담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잦아 오너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업승계 지원제도 활용한 전략 필요

가업승계란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 증여를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 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 특례’ 제도를 각각 두고 있다. 또 가업 상속 및 증여 시 연부연납 제도, 가업승계 시 상속·증여세 납부 유예 제도 등도 운영 중이다.

먼저 가업상속 공제는 국내 거주자인 창업주가 생전에 최소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액 5000억 원 미만) 등을 상속인인 자녀(요건 충족 시 배우자도 가능)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 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이때 승계자인 자녀는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창업주의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상속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내에 임원으로 취임해야 하고,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는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하는 등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사업 영위 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경우 300억 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400억 원, 30년 이상은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된다. 자녀 1인 또는 2인 이상의 공동상속도 공제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가업상속 공제는 법인세법을 적용받는 법인뿐 아니라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는 개인사업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법인은 사업무관자산이 제외되고, 개인은 사업용 자산에서 해당 자산에 담보된 채무를 뺀 가액이 공제 대상으로 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는 고령의 창업자가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 주식을 계획적으로 사전 증여하는 것을 돕는 제도다. 증여자인 부모가 만 60세 이상, 가업 주식을 증여받는 자녀(수증자)는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수증자는 증여세 신고 기간까지 가업에 종사해야 하며 증여일로부터 3년 내로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사업 영위 기간과 한도는 가업상속 공제와 동일하지만 가업 주식을 증여하는 제도여서 법인만 가능하다.

증여세 과세 특례는 주식가액 10억 원까지 기본으로 공제되며 이번 세제 개편으로 기존에 60억 원이었던 세율 10% 구간이 120억 원까지 확대(120억 원 초과분은 20%, 최대 600억 원 한도)됐다. 성인 자녀에게 일반 증여했을 때 10년 내 5000만 원이 공제되고 증여세율도 최대 50%인 점을 감안하면 절세에 대단히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증여 가액이 130억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증여세 과세특례 대상일 경우 기본공제(10억 원)를 적용받고 120억 원까지 세율 구간이 10%이니 납부세액은 12억 원으로 추산 가능하다. 반면 일반 증여는 성인 기본공제(5000만 원), 혼인·출산공제(1억 원), 신고세액공제(3%)를 적용해도 57억8605만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의 절세 혜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가업상속 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시 세금을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연부연납 가산금에 대한 이자는 현행 2.9%이며 가업상속 공제는 최대 20년까지 가능하고 증여세 과세특례는 기존 5년에서 이번 세제 개편 때 15년까지로 연장됐다. 또 지난해 도입된 상속·증여세 납부유예 제도를 통해 가업승계를 받은 상속인이 상속(증여)받은 가업 재산을 향후 양도·상속·증여할 때까지 가업승계 시 적용받은 상속세(증여세)의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사후관리 기간은 5년이다.

상속세 납부도 대비 필요

가업승계 지원제도는 정부가 2008년 처음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21년 동안 가업상속 공제는 연평균 93건, 증여세 과세특례는 180건 활용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사후관리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할 만큼 실효성 논란도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관련 세제 혜택이 좋아지고 있지만 조세 부담, 후계자에 대한 경영교육 부재, 승계 이후 경영 악화, 가족 갈등 우려 등 때문에 이 제도만 맹신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업승계를 통한 세대 이전이 활발히 진행되려면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정책적으로 잘 활용하되 창업주가 경영 철학을 잘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계승해 경영을 승계하더라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창업주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후계자에게 사업체뿐 아니라 경영 DNA를 물려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최소 5∼10년 이상 중·장기 승계 플랜을 구축하고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해당 기업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법인 명의 종신보험, 정기보험 등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플랜B 전략’까지 헤아려야 한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는 가업승계 관련 개정세법을 잘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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