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서 정상거리 2000km 비행
동-서해 오가며 전술핵 훈련 가능성
저고도 순항미사일 요격 어려워
한반도-주일미군 기지 노골적 위협
북한이 30일 오전 7시경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쐈다. 앞서 동해상 신포 앞바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이다. 24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날린 북한은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불과 엿새 만에 3차례나 동·서해를 넘나들며 순항미사일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순항미사일을 쏜 건 처음이다. 저고도·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에 핵을 실어 언제 어디서든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 등까지 신속하게 때릴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순항미사일들에 실제 전술핵(화산-31형)과 동일한 무게를 가진 모형을 장착해 집중 발사한, 전술핵 공격 훈련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 6일 만에 동·서해 바꿔가며 3연속 무력시위
군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 일대 내륙에서 발사된 수 발의 순항미사일은 큰 타원 궤적으로 비행한 후 낙하했다. 군 관계자는 “24, 28일에 쏜 것보다 비행거리가 더 길다”며 “북한이 그간 주장해 온 ‘정상 거리’로 비행했다”고 전했다. 최소 2시간 이상에 걸쳐 1500∼2000km가량 비행했다는 것이다.
군은 24, 28일에 쏜 불화살-3-31형을 다시 발사했거나 ‘화살-1·2형’을 섞어 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도 북한은 화살-1·2형을 2발씩, 총 4발을 8자형 및 타원 궤도로 1500∼1800km 거리로 섞어 쏜 뒤 전술핵 공격 훈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신형인 불화살-3-31형을 쐈다면 첫 시험 발사(24일) 엿새 만에 정상 거리로 최종 시험까지 끝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군 당국자는 “신형 순항미사일 성능을 과장하기 위한 모종의 기만용 발사 수법 등일 수도 있다”며 “아직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 “전술핵 모형 탑재해 공격 훈련 가능성”
순항미사일의 속도는 일반 민항기 수준(시속 1000km 미만)이다. 탄도미사일(음속의 5, 6배 이상)보다는 월등히 느리다는 것. 하지만 최소 수십 km 이상 상승 후 정해진 궤도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최저 수십 m 고도로 비행 경로를 바꿀 수 있다. 이에 레이더 등이 탐지할 수 없는 ‘탐지 사각(死角)’이 생겨 최종 탄착까지 추적과 요격이 쉽지 않다.
순항미사일은 과거 이라크전 등에서 미국의 토마호크가 증명했듯 수 m 오차로 초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1kt 미만의 초소형 핵탄두로도 적국의 ‘심장부’(전쟁 지휘부 등)에 궤멸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공격에 사용한다면 대량 파괴가 목적인 탄도미사일보다 실전 사용에 부담은 작고 효용성이 크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이 한국·주일미군에 대한 전술핵 공격 주력 무기로 순항미사일을 활용키로 결심해 최단기간에 다량 배치를 지시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28일 신형 SLCM 발사를 참관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
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잠수함과 육상, 해상 등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다양한 순항미사일을 연거푸 발사해 대남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헀다. 군 당국자는 “최근 순항미사일들에 ‘화산-31형’ 전술핵과 유사한 최적화된 모형을 탑재해 한미를 겨냥한 전술핵 공격 훈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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