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한국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 정부 등을 설득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상무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다자 수출 통제 체제 ‘신(新)코콤(COCOM·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요구가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관보에 따르면 SIA는 최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 정부가) 동맹국과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협력해 미국과 비슷한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하도록 설득하라”고 권고했다.
동맹국의 규제 동참이 필요한 이유로 일종의 우회 수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미 기업은 수출 통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품목이라고 해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면 중국에 장비를 수출할 수 없다. 반면 “한국, 일본, 대만, 이스라엘, 네덜란드 기업들은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닌 장비를 중국에 마음껏 수출할 수 있다”며 “미국의 독자적인 수출 통제가 미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22년 10월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행한 뒤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이 있는 일본, 네덜란드와 협정을 맺고 각각 독자적인 수출 규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본과 네덜란드의 통제 수준이 미국보다 약한 데다 한국과 대만 등은 아예 통제에도 동참하지 않아 미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SIA의 주장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또한 지난해 12월 “중국이 한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로부터 기술을 얻는다면 미 기업만 규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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