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앗아가는 샌드위치 패널]
제복상 수상 신현혁 소방위의 당부
“마음 열고 주변 도움받아 회복
외상후 장애 딛고 다시 현장복귀”
“그냥 (동료들을) 같이 안아주고 울어주고 싶어요….”
경기 안성소방서 신현혁 소방위(45)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이렇게 말했다. 신 소방위는 “문경 화재 사고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동안 멀리하던 술도 다시 마셨다”며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2년 전 화재 진압 중 부상을 당하고 동료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 현장에 돌아오면서 지난해 12월 제12회 ‘영예로운 제복상’ 위민소방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한 상이다.
신 소방위는 지난달 31일 발생한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 공장 화재 소식을 1일 오전 동료에게서 들었다. 통화 내내 신 소방위의 목소리는 감정에 북받쳐 떨렸다. 2022년 1월 당시 신 소방위는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고립돼 큰 부상을 입었고, 동료 3명을 잃었다.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치료를 받고 있다. 신 소방위는 “뉴스를 보면서 악몽 같았던 당시 기억과 떠난 동료들 얼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후 대인기피 증상이 생겼고, 지인들의 연락을 피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고통을 잊기 위해 매일 10시간씩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더는 가족과 동료들을 힘들게 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뒤 주변의 손길을 잡았다. 공무상 요양 기간이 끝나기 전인 2022년 9월 자진해서 복귀했다.
신 소방위는 문경에서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에게 “가장 괴로웠던 건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이었다”며 “‘그래도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라며 “처음엔 묵묵히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동료와 상담사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술을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119긴급심리지원단 관계자는 “(순직 소방관) 유가족 지원이 끝나면 현장에서 살아남은 대원들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의지할 수 있는 동료와 선후배 대원들이 동료의 곁을 지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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