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직장에서 편하게 일하고 아이가 아플 때 회사 눈치 안 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일곱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한 아이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이다.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주민 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관 방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으로 다행히 이런 분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강화됐다. 이제 그동안의 시범사업 경험과 환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할 시점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도 혁신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올해 ‘노인 1000만 명’, ‘1000만 1인가구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질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기준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83조 원에 달하며 전체 진료비의 80.9%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조하며 상시적·지속적 건강관리가 필요한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의 연령을 보면 60대가 19%로 가장 비중이 컸고, 이들을 포함해 60대 이상이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만성 질환 중에선 고혈압이 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범사업 시행 후 현장 의견을 반영한 보완 방안이 지난해 12월 시행되면서 설 명절 연휴 같은 휴일이나 야간시간대에는 대면 진료 경험이 없어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보완 방안이 시행된 후 휴일과 야간시간대 이용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의료법 개정 전까지 제도화에 대비한 모형 개발과 근거 창출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비롯해 의약계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가 잘 정착하려면 진료 후 의약품을 수령할 때도 불편이 없어야 한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은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할 수 없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도서벽지 거주자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에서 의약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해왔다.
향후 국민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면서 의약품 구매에 불편함이 없도록 국회와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건의료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가 성공적으로 제도화되길 희망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