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남긴 상처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미국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가치는 급락 중이다. 빌딩 투자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 새 50% 가까이 하락했다. 상업 부동산 투자 용도로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작년 4분기에 예상의 10배가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때의 악몽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만 5600억 달러(약 750조 원)라고 한다. 문제는 사무실 수요가 계속 줄어 올해 말이면 2020년 당시의 최고점에 비해 40%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미뤄져 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저금리 시절 이런 빌딩에 한 투자의 대부분은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벌어진 위기는 일본,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중견은행인 아오조라은행은 1분기 예상 실적을 흑자에서 대폭 적자로 고쳐 잡았고, 독일 글로벌은행 도이체방크는 대손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렸다. 둘 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이 원인이다. 스위스 3대 은행인 율리우스베어은행에선 최고경영자(CEO)가 파산한 유럽 부동산 재벌 시그나그룹에 대출해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도 저금리 때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렸다.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가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게다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대체 투자한 55조8000억 원 중 20%는 올해 만기를 맞는다. 이 중 투자액의 30∼80% 손실을 본 곳이 여럿이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금융당국은 한국 금융회사와 개인의 투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금융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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