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업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단가가 비싼 고부가가치 타이어가 많이 팔리고, 해상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하락 덕에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다.
4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8조9396억 원)과 영업이익(1조3279억 원)에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883억 원), 넥센타이어는 매출(2조7017억 원)에서 각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9029억 원으로 전년(6746억 원) 대비 약 2.8배로 커졌다. 타이어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 원이 넘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양새다.
3사의 실적을 이끈 것은 고부가가치 타이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전기차에 장착되는 전용 타이어는 다른 제품에 비해 단가가 높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SUV는 차체 크기 때문에 차량 무게가 더 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비중이 8%였는데 올해는 목표를 10%로 늘렸다. 다른 타이어 기업들도 전기차 전용 타이어 판매에 몰두하고 있다.
더군다나 18인치 이상의 크기가 큰 타이어를 많이 장착하는 최근 자동차 업계 추세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금호타이어의 경우에는 지난해 큰 타이어 제품 비중이 38%였는데, 올해는 이를 42%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물류비가 하락한 것도 호재였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2년에는 대표적인 해상 물류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5000을 돌파했지만, 지난해에는 1000 안팎을 유지했다. 민간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뱃길이 막힌 ‘홍해 사태’ 여파로 지난해 12월부터 지수가 오르기 시작해 2일 기준 2217.73이 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낮은 해상운임의 덕을 본 것이다.
타이어를 만드는 데 있어 핵심 원자재인 천연고무·합성고무의 가격이 하락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한참 원자재 가격이 올랐던 2021년 3분기(7∼9월) 천연고무는 t당 1659달러(약 222만 원), 합성고무는 1435달러였는데 2년 만인 지난해 3분기에는 각각 19.4%, 42.5% 가격이 떨어졌다.
타이어 3사는 올해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앞세워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각각 4조5600억 원, 2조9000억 원으로 잡았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고다. 한국타이어는 목표치를 아직 내놓지 않았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전기차의 타이어는 교체 주기가 2∼3년으로 일반 타이어(4∼5년)보다 짧다는 점도 타이어 3사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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