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 겸 전 북아일랜드 부총리(47·사진)가 3일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로 취임했다. 아일랜드 땅에 있지만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는 영국에서 독립해 아일랜드와 통합해야 한다는 ‘친(親)아일랜드파’와 영국 잔류를 희망하는 ‘친영국파’의 갈등으로 유혈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BBC 등에 따르면 오닐 총리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신페인당은 분리주의 무장 투쟁을 벌여 영국으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정됐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 조직으로 출발했다. 오닐 총리는 신페인당이 배출한 최초의 총리이며 2016∼2017년, 2020∼2021년 집권한 알린 포스터 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다. 다만 오닐 총리는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당시 조의를 표하고, 지난해 찰스 3세 영국 왕의 대관식에도 참석하는 등 신페인당에서 비교적 온건 성향이다.
신페인당은 2022년 5월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제1당에 올랐고, 총리 지명 권한도 확보했다. 친영파 정당 ‘민주연합당(DUP)’은 신페인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 구성을 내내 거부하다 최근 연정 합류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오닐 총리 또한 집권할 수 있었다. 신페인당에서는 부대표지만 교육장관, 부총리 등을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집권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당을 책임지기로 했다.
오닐 총리의 부친은 IRA 대원 출신으로 한때 감옥 생활을 했다. 역시 IRA 대원이었던 한 사촌은 1991년 영국군에 의해 숨졌다. 다만 오닐 총리는 1998년 북아일랜드와 영국이 맺은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정계 입문 후 무력투쟁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물가 안정 중시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강조해 젊은 층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16세에 첫딸을 출산했고 지난해 할머니가 됐다. 아일랜드 혈통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3일 성명을 통해 그의 취임을 환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