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내내 발목 부상에 시달려
“몇몇 실수 있었지만 최선 다해 만족
세계선수권 준비에 큰 도움 될 것”
女피겨 싱글에선 김채연 銀 획득
배트맨은 다른 슈퍼히어로와 달리 초능력이 없다. 슈퍼맨은 악당과 싸울 때 힘을 너무 많이 쓰면 상대가 죽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배트맨은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자신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올 시즌 내내 발목 부상으로 힘들어했던 ‘피겨 왕자’ 차준환(23)도 부상을 없앨 초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영화 ‘더 배트맨’ 주제가에 맞춰 최선을 다한 덕에 부활 신호탄을 쏠 수 있었다.
차준환은 중국 상하이에서 3일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올 시즌 최고인 177.65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95.30점)과 총점(272.95점)에서도 역시 시즌 최고 기록을 남긴 차준환은 가기야마 유마(21·일본·307.58점), 사토 슌(20·일본·274.59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대회 시상대에 오른 차준환은 “나에게는 이번 대회가 시작과 같다. 그것도 좋은 시작이었다”면서 “몇몇 실수가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 이번 대회가 (다음 달 18∼20일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륙선수권에는 유럽을 제외하고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 출신 선수가 참가한다. 차준환은 2년 전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한국 남자 선수 첫 메달(은) 획득 기록을 남겼다. 이후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시즌 쇼트에 1개, 프리에 2개였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1개씩 더 배치하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른쪽 발목 신경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차준환은 지난해 10월 ISU 그랑프리 2차 대회 때 9위에 그쳤고 11월 5차 대회는 기권했다. 다음 시즌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겸해 지난해 12월 열린 회장배 랭킹대회를 일주일 앞뒀을 때까지도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로 얼음 위에 10분도 머물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다.
차준환은 지난달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를 마친 뒤에야 예전 훈련 프로그램을 다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차준환은 “제대로 훈련을 시작한 지 아직 2, 3주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아직 내 욕심만큼 충분히 훈련하지는 못했다”면서 “이제부터 쇼트에서도 쿼드러플 점프를 두 차례씩 시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에서는 김채연(18·수리고)이 총점 204.68점으로 지바 모네(19·일본·214.98점)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김채연이 4대륙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서영(19·수리고)은 개인 최고인 총점 193.57점을 받아 5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이해인(19·세화여고)은 총점 169.38점에 그치며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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