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재임중 새 사업 안한다 했지만
인도-印尼-英 등서 사업 벌인 정황”
일각 “임기중 결정, 영향 미쳤을것”
차남 “4대에 걸쳐 부동산업” 항변
“두 아들에게 트럼프그룹 운영권을 넘기겠다. 재임 중 새로운 해외 사업도 벌이지 않겠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승리 직후 했던 말이다. 당시 그는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의 각종 사업이 이해상충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이런 답변을 내놓으며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이 말과 달리 그의 집권 후에도 이 회사가 인도, 인도네시아, 영국 스코틀랜드 등에서 계속 사업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트럼프그룹 또한 그가 퇴임한 2021년부터 영국, 오만 등 세계 곳곳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집권 2기에도 비슷한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 세계 곳곳서 49개 사업 진행 중
트럼프그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4개 대륙, 1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소 17개의 주거용 건물, 12개의 골프장, 12개의 호텔 개발 사업을 포함해 49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룹 운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맡고 있지만 최대 주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밖 건물에 ‘트럼프’ 브랜드가 처음 쓰인 나라는 한국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7년 뉴욕 맨해튼에 초호화 주거용 건물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를 세웠다. 당시 건설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대우건설은 이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에 ‘트럼프’ 브랜드를 달고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건물이 1999년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트럼프월드 1차 아파트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로 골프장, 호텔, 리조트 사업을 확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5년에도 59개 사업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의 집권 후 트럼프그룹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에서 추진하던 일부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인도 등에서는 사업 중단 시 투자자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업무를 계속했다.
그가 퇴임한 2021년 트럼프그룹은 영국 스코틀랜드에 두 번째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한 해 뒤에는 오만에도 16억 달러짜리 골프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WSJ는 이런 상황에서 그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가족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에서 윤리담당 법무 책임자로 일했던 리처드 페인터 변호사는 “그가 임기 중 내린 결정이 트럼프그룹의 해외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남 에릭은 자신의 증조부 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부 때부터 트럼프 일가가 부동산 업계에 종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4대에 걸쳐 부동산 업무를 해 왔다”며 부친이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다른 가족은 아무 일도 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 트럼프, ‘우크라-이스라엘 동시 지원’도 불만
그의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집권 민주당이 다수당인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에 대한 동시 지원, 국경안보 강화 등을 담은 1183억 달러(약 159조 원)의 ‘안보 예산 패키지’에 최근 합의했다. 4일 이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고 7일 상원에서 표결을 실시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끔찍한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재집권하면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와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막는 데 더 많은 돈을 쓰자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이어서 상원을 통과해도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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