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다자녀 가정 공무원 대상
기간제 근로자 전환해 업무 지속
자녀 많을수록 근로 기간 늘어나
퇴직으로 빈 자리는 신규 채용… 일각 “총선 노린 정책” 비판도
“늦게 결혼하다 보니 제가 퇴직해도 두 딸이 모두 고등학생이라 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했는데 숨통이 틔었습니다.”
올해로 13년째 대전 서구청에서 공무직으로 일하는 김모 씨(58)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서구 관내 가로수와 쓰레기 자동집하시설(크린넷) 주변을 관리한다. 그는 현재 중학교 2학년과 1학년 연년생 딸 2명이 있다. 정년이 끝나면 두 딸이 고등학생인데, 김 씨는 두 딸 덕에 정년 이후에도 2년 더 기간제 근로자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대전 서구는 아이 둘 이상 다자녀 공무직 공무원을 정년 이후에도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하겠다고 7일 밝혔다. 아이를 낳는 연령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퇴직 이후 겪을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대상은 정년퇴직하는 해에 미성년 다자녀를 둔 공무직 근로자다. 기존 자녀 1명 외에 추가 미성년 자녀가 1명이면 퇴직하는 연도의 다음 2년, 2명은 5년, 3명은 8년, 4명 이상이면 10년을 추가로 연장해 같은 부서, 같은 업무의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서구 교통과에서 불법 주정차 과태료 안내 업무를 하는 공무직 김선숙 주무관(38)은 “5세 아이를 낳고 둘째 계획은 아예 없었는데, 정년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면 아이를 더 낳아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구 공무원 수는 지난 달 말 기준 1165명이다. 이 가운데 공무직은 일반 공무직 노동자 183명, 환경 미화원 146명 등 총 329명이다. 공무직은 옛 무기계약직으로 환경 미화원이나 도로 정비 등을 하는 현장 근로자다. 서구 내 40세 이하 공무직(87명) 중 13명은 미성년 자녀가 2명이고,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직원은 4명이다. 구는 이달 중 관련 규정 정비를 완료하고 시행에 나설 방침이다. 향후 5년 동안 이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무직 공무원은 2026년 1명, 2028년 1명으로 총 2명이다. 서구 관계자는 “퇴직한 공무직 근로자를 기간제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퇴직으로 빈 자리는 신규 채용한다”며 “퇴직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직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구의원들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정책이 조례가 아닌 구 자체 규정이기 때문에 구청장 의중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점과 현 구청장 임기 중 수혜 대상자는 한 명도 없어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철모 구청장은 “공무원 대상 저출산 대책은 수당과 휴가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근로 환경이 필요하다”며 “구청장이 바뀌어도 이미 발표된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 지자체와 중앙부처에 관련 규정과 법 개정을 통해 함께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덧붙였다. 구는 앞으로 공무직 등 관련 채용 규정을 개정해 다자녀가구에 가산점 비중을 더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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