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장치인 ‘조종 날개’ 첫 장착
최대 사거리도 60㎞→100㎞로
총선 앞두고 남한 흔들기 가능성
대러 무기수출 노림수 분석도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을 집중 타격하기 위해 배치한 240㎜ 방사포를 신형으로 개량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백∼수천 발을 한꺼번에 발사해 우리 군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이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더해 타격 정확도를 높이고 사거리도 크게 늘린 것. 북한 전방부대에 200문가량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240㎜ 방사포는 170㎜ 자주포와 더불어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할 때 들고나오는 대표적인 장사정포다.
● 수천 발 ‘소나기 포격’ 무기에 정확도 대폭 향상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 국방과학원은 11일 240㎜ 조종 방사포탄 탄도 조종 사격 시험을 진행해 명중성 평가를 진행하고 우월성을 검증했다”며 “우리 군대 방사포 역량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도 11일 오후 북한이 서해안 지역인 남포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240㎜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모습을 감시 자산 등으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사 및 탄착 지역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명시된 해상완충구역이 아니고 탄 수도 5발 이하로 적어 이 사실을 발표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신형 240㎜ 방사포는 수십㎞ 정도 날아갔지만 우리 군 안팎에선 이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가 100㎞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방사포 발사 사진에는 탄두부에 조종 날개가 장착된 모습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대표적인 유도 장치인 조종 날개가 장착된 240㎜ 방사포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존 240㎜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가 60∼65㎞였던 것에 반해 신형은 100㎞에 육박하고 타격 정밀도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효 사거리도 60km를 훌쩍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사하면 서울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240㎜ 방사포의 경우 차량 한 대당 22개 발사관이 있다. 산술적으로는 한 번에 최대 4400발을 쏠 수 있는 것. 차량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고려해도 한 번에 1000발 이상 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유도기능을 더해 정확도까지 개선되면 수도권에는 더 큰 위협이 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8월 방사포탄 공장을 찾아 “122㎜, 240㎜ 방사포탄의 조종화(유도화)를 실현한 것은 현대전 준비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밝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기존 방사포가 큰 면적에 대한 무차별 포격 용도였다면 유도 기능을 탑재한 신형은 한미 연합 지휘소 등 점표적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용도로 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도와줬다면 러시아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글로나스를 활용해 타격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총선 정국 흔들기”
올해 들어 순항미사일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발사체 위주로 시험발사를 해오던 북한이 핵 탑재가 되지 않는 방사포를 설 연휴 기간 전격 발사한 배경도 주목된다.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김정은이 언급한 국방력 강화가 핵 능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했다.
4월 총선을 노린 전략적 공개일 가능성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입장에선 남한만 집중 타격하는 장사정포가 남한 정국을 흔들기에 가장 자극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대러시아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둔 노림수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KN-23’과 ‘KN-24’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도 공개했다. 각각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큼스’ 미사일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에 240㎜ 신형 방사포의 성능을 과시한 건 이미 제공 중인 SRBM과 122㎜ 방사포탄에 이번 240㎜ 방사포탄까지 더하려는 일종의 ‘쇼케이스’ 시험발사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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