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은 역대 모든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으나 결과는 실망스럽다.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과 문제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 등을 3회에 걸쳐 정리한다. 》
‘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핵심 추진 사업을 5대 전략으로 나눠 소개했다. 이 가운데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 지방분권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자율적 자치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 자치 역량과 재정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맞춤형 자치 모델 구축과 지방 책임성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랜 기간 이어진 중앙집권적 구조에 익숙해진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운영 능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지자체-지방공기업 재정 능력 키워라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방 재정자립도는 서울이 81.2%인 데 반해 전북(27.9%) 전남(28.7%) 광주(46.2%) 대전(46.4%) 등은 50%를 밑돈다. 지자체 자체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과감한 지방분권’ 방침에 발맞춰 지자체가 세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계획도 문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7년까지 각 지자체가 주택 공급, 산업단지 개발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책정한 투자비만 94조 원에 달한다.
정부도 이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했다. 행안부가 5일 확정한 ‘지방공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지방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자본금 10%에서 최대 50%로 늘리고 지방공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 채권 규모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3기 수도권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주택도시기금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출자금으로 지원하지만 지방공사는 부채로 인식되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돼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기획-운영 능력도 빨리 확보해야
지자체나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될 지방공기업이 앞으로 늘어나는 개발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인력과 운영 체계를 갖추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역량이 뒤처지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 공무원교육원 및 연구원과 국가 교육훈련기관, 연구원의 협업 체계를 더 강화하고 지역 소재 대학과 연계한 싱크탱크를 가동시키거나 지역별 정책자문단을 운영하는 것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공무원 기획 역량 강화를 위해 정책 결정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중앙-광역-기초 단체 간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련 공무원이나 직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 이수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시스템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최후의 대부자 역할(Lender of Last Resort)’을 맡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후의 대부자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일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개발 권한의 성공적인 지방 이양을 위해 중앙정부에 비해 재정 여력이나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지방정부에 일정 기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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