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손흥민-이강인 불화 언급
축구협회 어제 전력강화위 열어
獨출신 위원장 빼곤 전원 “교체를”
정몽규 축구협회장 결정만 남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지난해 2월 27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이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결단만 남았는데 축구협회는 이르면 16일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정재권 한양대 감독 등 8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이 중 박태하 포항 감독 등 3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언론 브리핑에 나선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감독 거취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돼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뮐러 위원장만 빼고 나머지 모든 위원들이 ‘클린스만 감독은 물러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독일 출신이다. 뮐러 위원장은 “당장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도 있으니 장기적인 차원에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계속 맡기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단호했다. 황보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적된 클린스만 감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설명했다. 전력강화위원들은 △전술적인 준비 부족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 부족 △선수단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지도자로서 팀 규율을 세우지 못한 점 △한국 체류 기간이 적었던 근무 태도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자주 비운 이른바 ‘재택 근무’와 관련해선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 회복이 불가능하다” “경기와 관련 없는 감독 근무 태도가 이슈가 되는 건 더 이상 안 된다”는 강한 비판도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휴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협회가 (출국을) 허락해서 미국으로 왔다. 이런 회의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이 없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고, 아시안컵 4강 탈락도 나쁜 성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황보 본부장은 “전력강화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부재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 패한 원인도 선수단 내 불화로 돌렸다고 한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패배 원인을 직접 얘기했는데 선수단 내 불화(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21일과 26일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치러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사태에 이른 만큼 후임 사령탑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후보군 선정과 면접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또다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클린스만 감독 학습 효과’로 외국인 감독에 대한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축구협회 내부에선 한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해 온 차두리 코치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려면 있어야 하는 지도자 최고 레벨 자격증 P라이선스를 아직 따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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