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다 소중” 25년간 동식물 천도재 지내는 스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6일 03시 00분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
“실험용 쥐-살처분 가축도 재 지내
사람보다 기특해 눈물 날 때 많아
생명-자연 소중함 느끼는 계기 되길”

현종 스님은 “길에서 죽은 동물을 보면 피해갔던 신자들이 지금은 명복을 빌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천도재를 통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현종 스님은 “길에서 죽은 동물을 보면 피해갔던 신자들이 지금은 명복을 빌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천도재를 통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 거기가 극락”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모습이 동물일 뿐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지요. 어느 생명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천도재를 지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12일 강원 강릉 만월산 현덕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현종 스님은 “25년 동안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현종 스님은 절을 세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

―대웅전에 정말 동식물 위패가 있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장난치다 빨랫줄에 앉은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습니다. 출가 후에도 그게 늘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후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지냈지요. 몇 년 하다 보니 어떻게 알고 여기저기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의뢰하는 분들이 늘면서 지금은 음력 7월 15일(백중)과 10월 셋째 주,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감도 컸다고요.


“동물 천도재도 낯설었지만 사람 위패와 함께 모셨으니까요. 저는 모습만 강아지와 고양이지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지요.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겠습니까.”

―실험용 쥐를 위한 천도재도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약사의 요청이었어요. 대학 시절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한 선후배들이 있어서 뜻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을 위한 천도재, 야생 동물을 위한 천도재도 지냈지요.”

―외람됩니다만, 재를 지낸다고 극락에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저는 천도재가 천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모두가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라지요. 천도재를 통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 거기가 극락이지요.”

―최근에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담앤북스)라는 책도 내셨더군요.


“생명과 환경에 대한 제 생각을 적은 건데…. 그래서 천도재 이야기도 들어 있는 거죠.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없어져도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달이 뜹니다. 별도 빛나지요.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많은 사람이 마치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갈 것처럼 삽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일하며 살고 몸이 망가지지요. 억지로라도 쉬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현덕사#주지#현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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