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글학교 “수교라니, 우리도 한국 갈수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7일 01시 40분


아바나서 한국어 배우는 120여명
“K팝-드라마의 나라와 친구 돼
쿠바 사람도 삼성 취직할날 기대”

15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한글학교에서 리세테 곤살레스 씨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쿠바 아바나 한글학교 제공
15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한글학교에서 리세테 곤살레스 씨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쿠바 아바나 한글학교 제공
“한국과 수교라니… 뉴스를 보고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사는 리세테 곤살레스 씨(36)는 14일(현지 시간)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을 마주하고 가슴이 뭉클했다. 2013년 쿠바 TV에서 한국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고 한국에 빠져 한국어를 배운 지 11년. “드디어 두 나라가 ‘친구’가 됐다”는 벅찬 기분이 들었다.

아바나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인 곤살레스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도 ‘이제 우리도 한국 갈 수 있는 거냐’며 기뻐했다”며 “학교도 한국어 교사가 늘어나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곤살레스 씨가 근무하는 한글학교는 2022년 재외동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쿠바는 우리 교민이 30명 남짓 살고 있지만, 아바나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120명이 넘는다. 쿠바에서 한국어를 쓸 줄 아는 현지인 수가 교민보다 많은 셈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스무 살 전후지만, 한인 후손인 85세 할머니도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아바나 한글학교의 인기는 역시 한류의 영향이 크다. 외교 관계를 맺기 전부터 한국 음악과 드라마는 쿠바에서도 화제였다. 아바나대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곤살레스 씨 역시 마찬가지. 쿠바는 국내에서도 화제였던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001년)이나 살사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자양분이 우수한 나라지만, 요즘 “10, 20대는 케이팝 댄스를 더 좋아하고 훨씬 잘 춘다”(곤살레스 씨)고 한다. 정호현 한글학교 교장도 “쿠바의 한인은 팬데믹 이전엔 60∼70명이었다가 현재 크게 줄었지만 쿠바의 한국문화 사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의 수교가 쿠바 경제에 도움이 될 거란 희망 섞인 관측도 현지에선 나온다. 최근 쿠바는 물가 폭등으로 ‘역대급’ 경제난을 겪고 있다. 2021년 화폐 개혁 이후 비공식 시장에서 쿠바 페소(CUP)-달러 환율이 10배 이상 치솟아 당장 생필품 구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교장은 “쿠바에 18년 살았는데 최근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이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쿠바 사람도 언젠가 삼성에 취직해서 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조만간 한국에 가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무척 큽니다. 그때까지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울게요.”(곤살레스 씨)

#쿠바 한글학교#수교#아바나 한글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