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고백했던 환갑 엄마, 이젠 어엿한 고졸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7일 01시 40분


서울 청암중고생 296명 졸업식
평균나이 70세… 최고령 91세
‘칠곡 7공주’ 어르신들 축하영상
정부 “일반학교처럼 무상급식”

16일 서울 노원구 청암중고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평균 나이 70세인 ‘만학도’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쓰고 박수를 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에 대해서도 무상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국무총리실 제공
16일 서울 노원구 청암중고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평균 나이 70세인 ‘만학도’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쓰고 박수를 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에 대해서도 무상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국무총리실 제공
“사실 엄마는 중졸(중학교 졸업)이란다. 부끄러워서 평생 비밀로 했어….”

이지은 씨는 몇 해 전 엄마와 저녁밥을 먹다가 엄마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렸다. 큰삼촌의 대학 학비를 대기도 빠듯할 정도로 외갓집 형편이 어려워졌고, 엄마가 결국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사연이었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가 돼서야 비밀을 고백한 엄마는 “이제라도 공부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딸 이 씨는 ‘만학도’를 위한 학교인 청암중고등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청암중고는 정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학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이다.

이로부터 몇 해가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청암중고에서 엄마의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이 씨는 당시 기억을 털어놓으며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행복해하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학창 시절이 그립고 간절했을까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엄마에게 행복한 여고 시절을 선물해주신 학교, 친구가 돼주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졸업식 풍경은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졸업식과는 달랐다. 학사모를 쓴 졸업생 대부분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평균 연령 70세인 졸업생 296명 중 최고령자는 91세였다. 졸업식에선 래퍼로 활동하는 경북 칠곡군 어르신들 ‘수니와 7공주’가 청암중고 졸업생을 위해 제작한 축하 영상도 상영됐다.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러분이 받으신 졸업장은 단순히 학업 성취를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다”라며 “인생을 살면서 겪은 모든 굴곡을 위로하고, 자기 몫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확인해주는 문서”라고 했다.

이어 한 총리는 내년부터 청암중고와 같은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 재학생들에게도 일반 중고등학교 학생들처럼 무상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전국의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에는 1만8709명이 재학 중이었지만, 이 중 3500명만이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나머지 재학생들에 대해서도 무상 급식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반 학교 교직원의 50∼80% 수준인 평생교육기관 교직원의 보수와, 일반 학교 운영비의 절반 이하 수준인 학교 운영비도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 청암중고생#졸업식#수니와 7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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