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운전’ 막을 선제검사 강화 절실[기고/김학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8일 23시 18분


김학관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치안감
김학관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치안감
최근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크다. 2023년에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에 의해 단속된 마약사범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다인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3%나 증가한 것으로,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마약사범 증가와 더불어 ‘마약 운전’이 도로 위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마약은 운전자의 집중력과 판단력, 반응 속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위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구조와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못하므로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마약 운전에 대한 현장단속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마약 운전으로 현장에서 적발되는 경우는 연간 채 100건이 되지 않는다. 단순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음주운전 단속이 1년에 약 13만 건인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약 운전 단속이 가진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간이시약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음주 단속처럼 일정 시간 도로를 막는 일제검문식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검사 불응자에 대한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단속 중심’의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 ‘예방 중심’ 대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찰에서는 올해 수시적성검사 강화를 통해 마약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선제적으로 취소시킬 방안을 추진한다.

‘수시적성검사’란 안전운전에 장해가 우려되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질환 대상자의 운전 능력을 검증하여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현재 연평균 2만5000여 명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 중 운전에 부적합한 40%가량은 면허가 취소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 역시 검사 대상이다. 기존에는 마약 중독으로 입원을 하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사실에 비추어 운전면허를 소지한 마약사범이 중독성이 있다고 상당한 의심이 드는 모든 경우에 수시적성검사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는 재범률이 35%에 이르는 중독성 높은 마약사범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위험 운전자에 대한 선제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마약 운전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중독 여부에 대한 의학적 소명을 해야 한다. 운전면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독 치료 이수와 같은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마약 운전을 예방하는 목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마약범죄 자체의 재범을 억제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마약’과 ‘운전’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 더 이상 마약 운전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나아가 국민 모두가 도로 위에서 더욱 안전하기를,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소망해 본다.
#마약#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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