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쇼크… 5대금융 투자손실 1조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03시 00분


20조3868억 투자, 1조1002억 손실
투자액 절반이상 북미지역 집중
상업용 부동산 회복 기미 안보여
국내 금융사들 손실 더 커질 우려

오피스 밀집 지역인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전경. 동아일보 DB
오피스 밀집 지역인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전경. 동아일보 DB
우리은행이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오피스 빌딩에 168억600만 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 약 5년 만에 투자 평가 금액이 27억1300만 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누적 배당금은 19억5700만 원에 그쳤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독일 은행협회(VD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독일 사무실 부동산 가격은 1년 전보다 13.3%나 하락했다. 경기 부진과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우리은행의 투자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 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2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에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20조 넘게 투자해 최소 1조 평가 손실


1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 20조3868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이 자체 집행한 투자다. 투자 원금은 하나금융이 6조245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5조6533억 원), 신한금융(3조9990억 원), 농협금융(2조3496억 원), 우리금융(2조1391억 원) 순이었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절반 이상(55.9%·약 11조4000억 원)이 북미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2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고, 자산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미국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 오피스에 투자한 국내 시중은행의 선(先)순위 대출 채권마저 대규모 손실 위기에 몰려 있다.

대출 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 직접 투자 10조4446억 원 가운데 1조1002억 원은 장부상 손실 처리됐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이 ―12.22%로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고, KB금융(―11.07%)과 농협금융(―10.73%)도 두 자릿수 평가 손실을 냈다.

● 원금 대부분 잃고 투자 사기까지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 실패 내역을 살펴보면 황당함을 감추기 어렵다. 원금 대부분을 잃은 투자부터 사기를 당해 부동산 담보를 취득하지 못한 경우까지 그 사례도 다양했다.

KB증권은 2019년 호주 임대주택에 5건, 총 1200억 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평가가치는 838억 원에 그친다. 35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은 물론이고, 현지 투자사의 사기로 부동산 담보조차 취득하지 못해 4년이 넘는 투자 기간 동안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신한라이프생명보험도 2018년 미국과 영국, 독일의 오피스 빌딩 4곳에 473억 원을 투자했지만 누적 배당금(39억 원)을 고려해도 약 326억 원의 손실을 봤다.

해외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금융그룹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자문 담당 임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몰린 북미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이후 보편화된 재택근무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수년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추가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국내 금융사들의 손실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투자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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