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예산 깎곤 대학원생 장학금… ‘정책 덧칠’로 오류 덮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8일 23시 54분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매달 연구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첨단기술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하는 제도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올해 과학기술 예산의 대폭 삭감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커진 뒤에야 이번 대책이 나오면서 ‘병 주고 약 주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연구생활장학금은 국가 R&D 사업에 참여한 석사급 대학원생에게 매달 80만 원을, 박사급에게는 매달 1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4대 과학기술원에만 적용하던 제도를 다른 이공계 대학원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게 달라진 점이다. ‘스타이펜드(Stipend)’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생활비, 연구수당 등의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연간 최대 20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지금 이공계 대학원들은 정부가 올해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15% 삭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구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교수들, 200만 원 조금 넘던 월급이 반 토막 난 대학원생들의 불만이 심각하다. 국가, 기업 R&D 과제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던 스타트업 중에도 연구비 삭감, 중단 등을 요구받은 곳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R&D 예산 제로베이스 재검토’ 발언 이후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나 준비작업 없이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과학기술계의 심상찮은 분위기 때문에 정부도 최근에는 ‘고난도 R&D 예산비중 확대’ 등의 뒷북성 달래기 대책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 지원 확대도 이런 문제들을 뒷수습하기 위한 ‘정책 덧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이미 심각해진 현장의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첨단산업, 기초과학 분야의 R&D 예산을 조속히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향후 확고한 원칙을 세워 R&D 투자와 관련 인재에 대한 지원책을 일관성 있게 확대해야 한다.
#r&d#예산#장학금
  • 좋아요
    10
  • 슬퍼요
    2
  • 화나요
    37

댓글 11

추천 많은 댓글

  • 2024-02-19 00:44:50

    세계 각국이 보조금 금지는 엣말로 되고 기술 독점과 자립에 혈안이 되서 세금을 쏟아 붓는 무한 경쟁에 접어 들었는데 이 놈의 윤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국가주도로 전자, 조선등에서 한국을 넘보고 있다.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특히 경제관료들이 끈질기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며 창조적 노력이 필요한 과학에 경제적 효율 잣대를 함부로 적용해 지금 한국 과학을 좀 먹고 있다.

  • 2024-02-19 00:17:31

    연구개발비 빼먹기는 악성종양이다. 연구개발보다 돈타먹기가 목적인 연구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한번 철퇴를 내리칠 때가 되었다. 일단 좀 정리를 해 놓고 우선순위 조정을 해 새로 지원하는 방행으로 ~

  • 2024-02-19 06:54:07

    나눠먹기 카르텔을 척결해야 한다면서 무려 5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삭감했는데 내년엔 대폭 올려주겠다? 몇달만에 나눠먹기 카르텔이 다 없어졌다는거냐? 정책 결정에 아무런 논리와 근거가 없자나. 그냥 윤석열이 꼴리는대로고.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0
  • 슬퍼요
    2
  • 화나요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