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매달 연구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첨단기술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하는 제도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올해 과학기술 예산의 대폭 삭감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커진 뒤에야 이번 대책이 나오면서 ‘병 주고 약 주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연구생활장학금은 국가 R&D 사업에 참여한 석사급 대학원생에게 매달 80만 원을, 박사급에게는 매달 1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4대 과학기술원에만 적용하던 제도를 다른 이공계 대학원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게 달라진 점이다. ‘스타이펜드(Stipend)’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생활비, 연구수당 등의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연간 최대 20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지금 이공계 대학원들은 정부가 올해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15% 삭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구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교수들, 200만 원 조금 넘던 월급이 반 토막 난 대학원생들의 불만이 심각하다. 국가, 기업 R&D 과제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던 스타트업 중에도 연구비 삭감, 중단 등을 요구받은 곳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R&D 예산 제로베이스 재검토’ 발언 이후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나 준비작업 없이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과학기술계의 심상찮은 분위기 때문에 정부도 최근에는 ‘고난도 R&D 예산비중 확대’ 등의 뒷북성 달래기 대책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 지원 확대도 이런 문제들을 뒷수습하기 위한 ‘정책 덧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이미 심각해진 현장의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첨단산업, 기초과학 분야의 R&D 예산을 조속히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향후 확고한 원칙을 세워 R&D 투자와 관련 인재에 대한 지원책을 일관성 있게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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