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부른 소득 양극화
대기업-IT업계 임금 큰폭 올라
자영업, 규모 커졌지만 소득은 감소
국내 한 반도체 대기업에 다니는 박병철(가명·35) 씨는 2020년 9000만 원 안팎이던 연봉이 2021년 이후 1억1000만 원을 넘겼다. 입사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20년 이후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수천만 원씩의 성과급을 받은 결과다. 박 씨는 “반도체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 상당수의 연봉이 최근 1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박 씨처럼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근로자가 40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5% 넘게 줄어들며 소득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총급여액이 1억 원 이상인 근로자 수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20만7000명, 19만4000명씩 늘어났다. 2022년 억대 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총 131만7000명으로 2008년보다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억대 연봉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1.4%에서 6.4%로 커졌다. 억대 연봉 근로자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진 연평균 6만 명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누린 주요 대기업의 임금 상승 폭이 유독 컸던 결과로 풀이된다.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억800만 원이었던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임금은 2022년 1억3500만 원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1억1700만 원에서 1억3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개발자 쟁탈전이 벌어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이 기간 평균 임금이 네이버는 8500만 원에서 1억3400만 원으로, 카카오는 8000만 원에서 1억39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본봉과 호봉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개인 능력과 기업 실적에 따라 임금이 큰 폭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주요 대기업이 이렇게 급여를 높여주면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도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과급 등에 따라 임금이 큰 차이를 보이자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본사 인근에서 트럭 전광판 시위에 나서면서 성과급 급감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황이 나빠진 반도체 업계에서도 지난해와 올해는 성과급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연소득은 평균 1938만 원으로 2020년보다 5.4% 줄었다. 코로나19 시기 배달 라이더 등이 급증하면서 사업소득 신고자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소득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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