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가칭)이 선정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한지 제작 과정이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고, 집필도구의 용도를 넘어 문화유산 보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문화재청이 등재 신청서를 내고, 2026년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뻐하기에 앞서 일본의 화지(和紙), 중국의 선지(宣紙)에 비해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가 늦어진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지와 화지는 각각 2009년과 2014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선 한지에는 유네스코 협약에서 중시하는 공동체 집단의 ‘통일성’이 안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 자신들의 한지만 강조하는 등 지역색이 지나치게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공동체의 개인들이 자유롭게 등재 신청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를 요구한다. 즉, 모두가 화합해 ‘코리아 한지(KOREA HANJI)’ 브랜드를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과 민간단체를 이끄는 정부의 지원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동안은 개인과 민간단체가 앞장서 일을 추진하면 관이 뒤따라오는 형국이었다. 특정 지역의 한지만 부각돼 일부 집단이 이익을 보는 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이름을 내건 한지 상표가 아닌, 하나의 국가 상표로 통일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한지 연관 기관과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한지 유물의 보존 상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 한지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면 오랜 세월을 견뎌온 한지 유물들이 주목받을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방치된 경우도 있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한국인의 삶과 함께한 한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주희 전통공예 칼럼니스트(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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