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작년 측근에 보낸 편지 공개
美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도 우려
나발니 부인, ‘反푸틴’ 정치활동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9월 측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 사례를 언급하면서 러시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우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또한 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19일자 1면 기사에 따르면 옥중의 나발니와 편지를 주고받은 반정부 언론인 일리야 크라실시치크는 “지난해 9월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에서 나발니가 ‘한국과 대만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했다.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한 편지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나발니는 친구인 사진작가 예브게니 펠드만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등이 “정말 무섭다(really scary)”고 우려했다. 특히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 추가로 악화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의 전임자이며 친(親)서방 노선을 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옛 소련 체제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것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야기한 측면이 있어 “옐친을 용서할 수 없다”고도 평했다.
한편 나발니를 적극 도왔던 그의 동갑내기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48)는 남편 사망 3일 만인 19일 “자유 러시아를 건설하겠다”며 정치 활동을 선언했다. 나발니의 의문사로 구심점을 잃는 듯했던 반(反)푸틴 운동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에 동영상을 올려 “남편은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면서 “남편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러시아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공정 선거,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 자신과 함께하자고 촉구했다.
나발나야는 당국이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뒤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의 흔적이 시신에서 사라질 때를 기다려 유족의 접근을 계속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이 왜 3일 전 남편을 살해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곧 그 사실을 알려드리겠다”고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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