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민병대’ 부활하나… 中 기업 軍조직 설치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2일 03시 00분


FT “유제품 업체, 인민무장부 설립”
국영기업은 작년부터 조직 만들어
“경기 불황속 안보로 내부결속” 분석

지난해 5월 중국의 유제품 국영기업인 멍뉴(蒙牛)그룹에서 인민무장부 창립식이 열렸다. 한국 예비군 개념인 인민무장부는 중국의 민간기업에까지 생겨나고 있다. 위챗 화면 캡처
지난해 5월 중국의 유제품 국영기업인 멍뉴(蒙牛)그룹에서 인민무장부 창립식이 열렸다. 한국 예비군 개념인 인민무장부는 중국의 민간기업에까지 생겨나고 있다. 위챗 화면 캡처
중국 국영기업에 이어 민간기업에서도 한국 예비군과 유사한 개념의 자체 군 조직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번성했던 민병대의 부활을 두고 부동산 경기 불황 등 악재가 겹친 중국이 안보 이슈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인 이리(伊利)는 지난해 12월 사내 군 관련 부서인 인민무장부(PAFD·People’s Armed Forces departments)를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국영기업들은 최소 15개 업체 이상이 비슷한 군사 조직을 만들었는데, 민간기업이 만든 건 처음이다. 인민무장부 소속원들은 정식 군인 신분은 아닌 민간인들이지만, 군사 훈련을 받으며 상황에 따라 사회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미국 CNN방송은 “이리의 인민무장부는 중국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 집권 시기에 있던 민병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민병대는 민간인들로 이뤄져 농촌 지역까지 말단 조직을 갖춘 채 질서 유지 등을 담당했다. 마오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당 안팎에서 개인 숭배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민병대들은 1950년대에 들어서며 인민해방군의 예비군 격인 인민무장부가 그 기능을 물려받았다. 한때 소속 구성원이 2억 명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으로 국가 전반의 실용성을 강조하며 지방정부나 일부 국영기업에서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존재감을 잃었던 인민무장부의 재등장은 중국 사회 내부의 불안감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팬데믹 이후 이어진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해외 분쟁 가능성에도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머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FT에 “중국 당국이 주요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를 관리하고 조정할 사회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닐 토머스 연구원도 CNN에 “군이 지휘하는 기업 민병대는 소비자 불만이나 직원 파업 등의 사회 불안 상황을 더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중국공산당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마오쩌둥 민병대#중국 기업#군조직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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