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
경제성 확보위해 공정 60% 자동화
우주수송→위성 제작→위성서비스
‘밸류체인’ 확보, 발사체 시장 진입
“괜찮겠지라는 생산은 음주운전과 같다.”
20일 찾은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곳곳에는 사고를 방지하려고 붙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내년 하반기(7∼12월) 4차 발사를 앞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엔진과 여러 항공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 누리호 엔진은 지난달부터 조립에 들어가 보안상의 이유로 현장을 볼 순 없었다. 하지만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항공 엔진조립동에서 자동화된 엔진 생산 공정을 볼 수 있었다.
● 경제성 고려한 차세대발사체, 상용화 첫걸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넥스트 누리호’로 불리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앞두고 있다. 21일 마감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주관 기업 선정 입찰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입찰을 포기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단독 입찰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화는 이번 차세대발사체를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진 공정의 자동화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창원1사업장의 엔진조립동들은 공정당 최대 60%까지 자동화를 마쳤다. 이날도 공장을 찾은 기자들 사이로 부품을 옮기는 무인운반로봇(AGV)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글로벌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신뢰성과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원가 절감”이라고 했다. 자동화를 통해 엔진의 불량률을 줄이고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우주 밸류체인으로 국내 위성 수요 선점
발사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 고객 유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이 확보돼야 발사체 발사 주기가 짧아지고, 더 많은 고객을 태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한화는 그룹 내 ‘우주 수송(한화에어로스페이스)→위성 제작(쎄트렉아이)→위성서비스(한화시스템)’로 이어지는 우주 밸류체인으로 초기 발사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의 지분 30%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쎄트렉아이는 내년 초소형군집위성인 ‘스페이스아이-M’을 발사하고, 2025년에는 세계 최고해상도의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T’를, 2027년 이후로는 통신위성까지 연이어 발사할 계획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군이나 정부, 기업 등 국내의 발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위성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레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감시·정찰 등 위성 활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화시스템도 한화의 우주 밸류체인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관측위성 및 통신위성이 증가하며, 이 데이터를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사한 한화시스템의 ‘소형 영상레이다(SAR) 위성’의 경우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유를 보관하는 배럴통을 SAR 위성으로 촬영해 원유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하면 향후 원유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위성 관제소를 운영하고 있어 SAR 위성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위성이 보내는 초기 데이터를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가공 데이터의 가치가 부각될수록 위성 발사 수요도 함께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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