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음식고증 책 발간
삼계탕 근대음식으로 본 통설 깨
“젓갈 사용 김치, ‘파오차이’와 달라”
“출산 후 몸이 허하고 야위었을 때 멥쌀 반 되와 양념을 넣어 버무린 다음 닭 속에 넣고 삶는다. 이어 배를 갈라 백합과 밥을 취하고….”
1460년(세조 6년) 의관 전순의가 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치료 처방서 ‘식료찬요(食療纂要)’에 나오는 문구다. 닭의 배를 갈라 여러 재료를 넣고 끓여 먹는 오늘날의 ‘삼계탕’(사진)과 비슷하다. 정희정 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 처방은 재료, 조리, 먹는 방식 등에서 오늘날의 삼계탕과 유사성이 높아 삼계탕의 시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계탕을 20세기 전후의 근대 음식으로 본 통설을 깨는 견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국 식문화의 연원을 추적한 신간 ‘한국음식문화사’를 최근 발간했다. 중국이 김치를 자국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중국식 채소 절임)’로 주장하는 등 ‘문화 공정’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우리 음식의 역사성을 고증한 것이다. 책은 여러 저자가 밥, 김치, 삼계탕, 나물, 고기, 장(醬), 인삼 등 7가지 주제로 한국 음식의 역사와 발달 과정을 다뤘다.
이 중에는 다채로운 나물 문화도 소개됐다. 한국인이 섭취하는 식물 종류는 약 1000가지에 이르는데 이 중 국어대사전에 ‘나물’ 자가 붙은 낱말은 300종이나 된다. 특히 깨끗한 물로 생채소를 씻을 수 있는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고기에 쌈을 싸먹는 ‘쌈 문화’가 발달했다. 원나라 시인 양윤부는 ‘난경잡영(灤京雜詠)’ 시에서 ‘고려인은 생채에 밥을 싸서 먹는다’고 썼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전통 식문화는 채식 위주의 환경 보존적 식생활”이라고 말했다.
책은 김치가 파오차이와는 명백히 다른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둘 다 절인 채소를 발효시키지만 식초와 술 지게미 등을 사용하는 파오차이와 달리 김치는 동물성 발효식품인 젓갈을 사용한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김치는 다양한 재료의 풍부한 양념을 통해 오늘날의 형태로 진화한 한국만의 독특한 음식”이라며 “중국 채소 절임이 2000∼3000년 동안 종류와 조리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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