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영풍그룹 공동 창업후 ‘한배’
최근 배당금-정관변경 놓고 갈등
지분 차이 1%P대… 신경전 치열
“두 집안 경영권 다툼 본격화” 분석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고려아연 내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양 집안의 ‘가문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정관 변경과 배당금 증액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며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75년 동안의 동업을 뒤로한 채 두 집안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 측의 배당 증액 요구를 “과도하다”며 전면 반박했다. 영풍은 1주당 결산 배당으로 고려아연이 제시한 5000원 대신 1만 원을 제안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미 주주환원율(기업의 순이익 중 자사주 매입과 배당급 지급에 쓴 돈)이 76.3%로 다른 기업 대비 높은 수준인데 영풍이 배당 수익을 늘리려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주환원율이 약 5%에 불과한 영풍의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해선 들어 본 적도 없다”며 “(이번 주장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도 또 다른 화두다. 고려아연은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으로 기존에 외국 합작법인에만 가능하게 한 정관을 변경·삭제할 계획이다. 상장사 대다수가 적용하는 세계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란 풀이도 나온다. 이미 최 회장 측 우호 주주(기업)로 현대자동차그룹(5%), 한화 계열(8.1%), LG화학(2%)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풍 측은 주주 권리 침해가 가능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정관이 변경되면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 측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수십 년간 동업 경영을 해왔는데 정관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양 사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다툼이 최근 몇 년간 이뤄졌던 양쪽 집안끼리의 경영권 싸움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그동안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는 1%포인트대여서 다가올 주총 때 양측 간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지분은 1.75%이지만 우호 지분을 합하면 33%를 넘어선다. 영풍그룹 측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32%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지분을 포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당장에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경영 주도권을 두고 양쪽 집안이 장기간 신경전을 벌일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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