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지방은 죄가 없다[기고/최윤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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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회장
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회장
삼겹살 지방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겹살데이 행사 이후 지방이 매우 많이 포함된 삼겹살 사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출되며 많은 소비자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런 사진들은 ‘과지방 삼겹살’ ‘삼겹살 비곗덩어리’라는 용어들을 만들어내며 삼겹살 지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오해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흐려진 채 잘못된 오해들만 계속 양산되고 있다.

삼겹살 지방은 죄가 없다. 동물성 식품의 지방은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육류 하면 단백질만 생각하기 쉬운데 지방 또한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지방은 농축된 에너지의 공급원, 필수지방산 제공,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 촉진 , 체온 보호 기능, 신체 기관의 보호 및 허기 억제 기능을 갖는 중요한 3대 영양소다. 또한 육류의 지방은 탄수화물과 달리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지방이 불필요하게 몸에 축적되지 않게 한다.

문제는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경우인데 사실 한국인은 지방을 너무 적게 섭취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인은 전 생애주기를 통해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한다. 특히 70대 이상에서는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70∼80%나 된다. 이는 탄수화물을 제외한 다른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부족한 주요 영양소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돼 있다. 육류 소비량이 많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육류 섭취는 하루 권장량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삼겹살 문제를 지방 문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삼겹살 등급을 지방 정도에 따라 나눈다거나, 저지방 돼지를 별도로 생산하는 것은 되레 지방을 불신하는 소비자의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 시기나 환경에 따라 돼지의 지방 함량에 차이가 생기는 현실을 고려하면 획일적으로 지방 함량을 규격화하는 것은 농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또는 소비자도 모르게 지방이 너무 많이 붙은 삼겹살을 구매한 것일 테다. 소비자가 지방 함량 정도를 확인한 후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다. 종류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둘 수도 있다. 다만 돼지고기를 판매할 때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속이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삼겹살 지방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올바른 정보를 알림으로써 소비자들이 지방 많은 삼겹살을 기피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삼겹살#지방#최윤재#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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