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반도체 보조금 발표 앞두고 “절반만 받아도 행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8일 03시 00분


[글로벌 반도체 전쟁]
기업들 요청액, 계획된 예산의 2배
삼성-TSMC 등 보조금 규모 촉각
美대선 앞 외국기업 불이익 가능성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관련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우리는 600개 이상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며 “나쁜 소식은 해당 회사의 상당수가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첨단 기업들이 요청한 금액만 700억 달러(약 93조2050억 원)를 넘는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신청 업체 측과) 힘든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통과된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기업에 280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선 기업들이 요청한 지원금 총 규모는 예산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하고도 보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요청하면 난 ‘합리적 요청이지만 절반만 받아도 운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후 최종 합의를 위해 다시 왔을 때는 원하는 금액의 절반도 못 받게 된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다음 달 말까지 주요 기업의 보조금 규모를 발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상황을 고려하면 외국 기업들이 보조금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173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도 애리조아주 피닉스 인근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첨단 메모리를 생산할 대규모 공장 유치가 목표”라며 “미국은 첨단 반도체 개발과 설계, 대규모 제조 역량을 함께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지나 러몬도#반도체#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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