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 엘리트들이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다. 당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금융계 종사자를 ‘사치스러운 집단’으로 비판하면서 최근 1, 2년간 급여가 대폭 감소한 데다 당국의 규제 또한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 살기)’를 강조하며 알리바바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유명 연예인 등을 옥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당국이 ‘쾌락주의에 빠졌다’며 금융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이 분야 인재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채용정보회사 모건매킨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중국 주요 금융사 및 금융서비스 회사의 약 80%가 핵심 직원들을 잃었다. 경제 중심지인 광둥성 선전의 한 투자은행에 다니는 그레이스 씨도 “급여가 동결됐고 연간 보너스 역시 60% 줄었다. 홍콩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투자은행인 중국국제자본공사(CCIC)는 최근 임원 상여금을 40% 이상 줄였다. 중신증권(CITIC) 역시 일부 직원의 기본급을 15% 삭감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감찰기구인 기율·감찰위원회는 지난해 2월 “금융 엘리트의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 풍조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에만 100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가 부패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투자업계 거물인 바오판(包凡) ‘차이나르네상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초 돌연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종 1년 만인 이달 초 회장 직을 사임했다. 그간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해 3월 중앙금융위원회, 중앙금융공작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공산당 차원의 직접 통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당국의 거듭된 규제 철퇴를 맞고 있는 것도 2020년 10월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금융학)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기 이전의 ‘계획경제’ 체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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