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 이끈 ‘체계화 메커니즘’
자폐 스펙트럼의 사고방식과 유사
‘체계화 뇌’ ‘공감적 뇌’ 분류 흥미
◇패턴 시커/사이먼 배런코언 지음·강병철 옮김/408쪽·2만4800원·디플롯
외곬으로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과를 이뤄낼 확률이 높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들이야말로 외곬으로 관심 가는 일에 열중하지 않는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발달정신병리학 교수로 40여 년간 인간 마음을 연구한 저자는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이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체계화 메커니즘’이 발달한 사람의 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와 닮았다. 이 ‘체계화 메커니즘’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책은 네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알(Al)’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은 말을 하게 되자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대고 좋아하는 시를 계속 반복해서 읊는 등 자폐적 성향을 보였다. 열두 살이 되기 전에 물리학을 독학했고 집에서 실험을 했다. 무엇이든 흥미를 느끼면 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알아내야 했다. 알은 훗날 발명왕이 된 에디슨이었다.
체계화 메커니즘의 핵심은 ‘만일(if)-그리고(and)-그렇다면(then)’으로 이어지는 패턴에 있다. ‘씨앗을 땅에 묻고-그 땅이 축축하다면-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같은 체계적 예상과 검증을 바탕으로 인간은 문명을 이룩했다.
인류의 발전에 체계화 메커니즘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공감능력도 문명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6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의 두뇌 유형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의 뇌는 공감 또는 체계화 중 한쪽에 쏠려 있었다. 한쪽 유형에 특화된 뇌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공감적 뇌와 체계화 뇌가 다른 쪽보다 낫거나 못한 것이 아니며, 각기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타고난 장점을 발휘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술가 앤디 워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동화 작가 안데르센,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 자폐적 성향의, 또는 체계화 메커니즘이 고도로 발달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사례도 소개한다. 책 뒷부분에는 자신이 공감형인지 체계화형인지, 자폐 성향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검사 문항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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