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관석]트럼프 재집권 변수 맞은 韓… 과한 위기감보다 필요한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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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정치부 차장
장관석 정치부 차장
“설령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선다고 하자. 왜 한국이 못하거나 불리할 것으로만 보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선에서 압승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선 결과는 결론이 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일뿐더러, 트럼프 행정부 출신과 소통 가교가 있다. 한미일 협력 제도화는 정권 변화에 출렁이지 않는다. 상대 정부가 있는데 공식 기록이 남는 부처가 움직일 일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KBS 대담에서 미 상원 의원단 얘기를 전하며 ‘The president changes, but Congress stands still(대통령은 바뀌어도 의회는 그대로)’을 언급한 것과 같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이에 따른 중국과의 긴장, 북한-러시아 밀착을 지나 맞는 미 정치 지형 변동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는 일리가 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한국보다 북한에 먼저 축전을 보내 불놀이를 시작한다면? 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에 이어 올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는 시나리오가 빛이 바랬듯 대외 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셈법 빠른 기업은 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마치 한국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될지 이재명 후보가 될지 지켜보던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미 대외정책 기조가 한국과 달리 냉탕과 온탕을 오가진 않겠지만 기술 경쟁 외에 정무 판단 요소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특별히 뭔가를 할 수는 없다. 외교 안보 라인 몸값만 올라간다.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우정엽 전 외교부 기획관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옮겨갔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 후보자에 올랐다. 삼성전자도 몇 달 전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수석실 인사를 영입했다. 몇몇이 더 건너갈 조짐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 외교 때 자신이 환대받는 건 기업 덕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4월 국빈 방미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서 텍사스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 카운티 현대차 공장, 미시간주 SK실트론CSS를 콕 집어 거명했다. 총수 중 유일하게 연설 현장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기립 박수를 받았다. 표정이 환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만찬에서도 한국 기업인들을 일일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소개했다. 사우디 방문 때도 윤 대통령은 한화 고위 인사를 사우디 국방장관에게 소개했다. 외국 정부와 기업의 직접 소통을 ‘매칭’한 셈이다.

한미일 협력, 비즈니스 외교에도 복잡변수 가득한 국제무대에서 미 대선과 관계없이 한국이 견제받고 소외되는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미국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조차도 한국 대통령을 만나 지정학적 대외 환경의 불안정, 변덕스러움(volatile)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일본 정부로부터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원받으며 규슈 구마모토현에 공장 문을 열었다. 패권국 정세에 따라 출렁이는 국제 질서 앞에 각자도생과 즉석 매칭 이상의 본질적 경제안보 서비스를 소비자인 기업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공급자인 국가에 있다. 과한 위기감 조성도,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하는 냉정한 분석이 먼저다.

#트럼프#재집권#한미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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