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스크바 교회서 겨우 치러
시민 1000명 모여 경찰 삼엄 경비
부인-자녀 체포 우려, 모친만 참석
“나발니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린 이 빛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익명을 요구한 한 추모객)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사진)의 장례식이 1일 모스크바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영구차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AP통신 등은 “장례식은 이날 오후 2시경 모스크바 마리이노에 있는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달래소서) 교회에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고인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나발니 측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장례식 약 2시간 전부터 교회 인근엔 시민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장례식엔 고인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만 모습을 드러냈으며, 해외에 체류 중인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와 두 자녀는 참석하지 못했다. 영국 BBC방송은 “율리야는 귀국했다면 체포당했을 위험이 컸다”고 했다.
교회와 묘지 주변은 전날부터 많은 경찰들이 배치됐다. 주변 가로등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장례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례식 준비 과정도 험난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24일에야 시신을 인계받았으며, 러시아 당국은 ‘비공개로 치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족 대변인을 맡은 고인의 비서 키라 야르미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영구차 업체로 전화해 장례를 돕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오비드인포(OVD-Info)에 따르면 나발니 사망 이후 러시아에선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 400명 이상이 정치 시위 명분으로 구금됐다. 나발니 측은 “장례식에서도 구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궁은 “장례식과 관련해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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