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의대 증원 신청을 오늘까지만 받기로 했다. 일부 의대가 교육부에 증원 신청 접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4일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배정도 없고 추가 신청도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 시한을 4일로 못 박은 것은 2000명 증원 계획에 타협은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전국 40개 의대는 지난해 증원 수요 조사에서 2151∼2847명 증원을 희망한다고 써냈고, 이는 2000명 증원 정책의 주요 근거가 됐다. 의대 학장들이 뒤늦게 교육과 수련 여건을 감안하면 350명이 적정하다고 말을 바꿨지만 대학들은 이번이 대학의 위상과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경쟁적으로 대규모 증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북대와 경상국립대를 비롯한 국립대들은 현재 정원보다 최대 2배 증원을 요구하고, 정원이 40명인 미니 의대도 2∼3배 증원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의 대규모 증원 요청만을 근거로 2000명 증원을 밀어붙여도 되는지 의문이다.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정부의 면허 정지와 사법 처리 방침에도 약 8000명이 복귀하지 않았다. 오늘 신규 임용 예정인 전공의와 전임의(펠로)마저 임용을 포기하면 의료공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높지만 왜 정부안에 반대하는지, 대안은 무엇인지는 들어봐야 하지 않나. 의대 재학생의 73%가 휴학계를 낸 상태다. 이들이 집단 유급되면 큰 폭으로 늘어날 신규 정원까지 더해져 의대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이 어제 ‘지금의 단체 행동은 윤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도 의대 정원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의사는 병원으로 복귀하고, 정부는 증원 규모를 재조정하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합리적 중재안을 외면한 채 위험한 대치 상황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는 의정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