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 대회서 우승, 꿈만 같다”
남녀 통틀어 김연아 이후 18년만
모친 피겨 코치… 빙상장서 자라
신지아는 女싱글 3년 연속 은메달
《‘될성부른 떡잎’ 서민규(16·경신고)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여자 선수를 포함해도 한국 선수가 이 대회 정상을 차지한 건 2006년 ‘피겨 여왕’ 김연아(34) 이후 18년 만이다.》
서민규는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마무리된 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30.75점을 받아 나카타 리오(16·일본·229.31점)를 1.44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이 주니어 세계선수권 데뷔전이었던 서민규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80.58점)을 새로 쓰면서 1위에 오른 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150.17점(2위)을 받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서민규는 “처음 나온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쁘다”며 “프리 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실수가 나와 아쉽긴 했지만 뒤에 있는 과제들 하나하나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연아 이후 여자 싱글에서는 최다빈(24) 김예림(21) 유영(20) 이해인(19) 신지아(16)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했다. 반면 남자 싱글은 ‘피겨 프린스’ 차준환(23)의 독주 체제가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서민규 이전까지 한국 남자 선수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은커녕 시상대에도 서 본 적이 없다. 차준환도 2017년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서민규는 이번 금메달로 ‘제2의 차준환’ 타이틀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서민규는 대구에서 20년 넘게 피겨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어머니 김은주 코치(44)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부터 빙상장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 그 덕에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스케이팅 스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국제무대에 데뷔한 2022∼2023시즌 주니어 그랑프리(JGP)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JGP 데뷔 시즌부터 메달을 따낸 것도 서민규가 처음이었다. 서민규는 2023∼2024시즌 JGP 3차 대회 때는 한국 선수로는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남자 싱글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여자 싱글 선수는 10대 후반에 기량이 정점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남자 싱글 선수 대부분은 힘이 붙는 20대 이후에 전성기를 맞는다. 이 때문에 남자부는 주니어 대회 위상이 여자부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서민규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총점 230.75점은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 1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다만 서민규가 4회전 점프 없이도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만큼 4회전 점프를 장착한다면 시니어 무대에서도 메달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겨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에서는 신지아가 쇼트, 프리 합계 개인 최고점(212.43점)을 경신하면서 3년 연속 은메달을 땄다.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시마다 마오가 218.36점으로 우승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신지아는 지난해 시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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