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주 전 홍해 일대에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고 서서히 가라앉았던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2일 완전히 침몰했다. 침몰한 배에서 유출된 각종 기름은 물론이고 싣고 있던 비료 4만1000t 때문에 일대의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홍해 일대는 희귀 산호초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군락지로 유명하다.
3일 미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1월 19일 후티의 공격을 받은 루비마르호는 하루 전 완전히 뒤집힌 채 가라앉았다. 당시 이 배는 비료를 싣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불가리아로 향하고 있었다. 공격 직후 선원들은 배를 포기하고 이웃 국가 지부티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배는 침몰하고 말았다. 후티의 공격으로 타국 민간 선박이 침몰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처음이다.
후티의 잇따른 공격으로 홍해 일대에 매립된 해저 통신 케이블 또한 위험에 처했다. 이미 지난달 24일 이 지역 해저 케이블 3개가 훼손됐다. 이로 인해 동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등 일대 일부 국가의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일부 통신 전문가들은 루비마르호의 침몰도 이번 케이블 파손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훼손된 케이블을 소유한 동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통신회사 시콤 측은 “빨라도 4월이 돼야 수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의 후티는 중동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며 서구 주요국 민간 선박을 공격해 홍해발(發) 물류 대란을 초래했다. 후티는 이들 국가가 이스라엘을 편든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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