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민, 임금 늘고 자녀 미래 보장”
최대 1억 브로커비 내려 땅도 팔아
트럼프 “이민자, 미국 피 오염시켜”
당선 땐 불법 이민 강경 조치 예고
“이민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전에 미국으로 가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경을 맞댔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주요국뿐 아니라 서남아시아 인도에서도 미국행 불법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 출신 불법 이민자는 중미 국가인 멕시코, 엘살바도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남부 국경에 이민자 차단을 위한 장벽을 일부 건설한 데 이어 최근 유세에서 이민자를 두고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거나 “불법 외계인”이라고 할 정도로 반(反)이민 성향이 강하다. 이런 그가 재집권한다면 국경 봉쇄를 비롯해 집권 1기보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입성을 노리는 이들은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상당하다.
● 인도 중산층까지 美 불법 이민 대열에
미 조사 전문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에서 미국으로 간 불법 이민자는 72만5000명으로, 과테말라(70만 명), 온두라스(52만5000명) 등 중남미 주요국보다 오히려 많다.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출신은 총 165만 명에 달했다.
WP에 따르면 인도인의 미국 불법 이민에는 최소 4만 달러(약 5200만 원)에서 최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가 필요하다.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기준으로 한 지난해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 9890달러보다 훨씬 많은 돈이다.
지난해 불법 이민을 결심한 인도인 구르세와크 싱 씨(28)는 이 큰돈을 마련하기 위해 1에이커(약 4050m²)의 땅을 3만 달러에 팔았다. 추가로 친척들에게도 돈을 빌려 겨우 비용을 마련했다. 당초 그는 수도 뉴델리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등을 거친 후 미국과 맞닿은 멕시코로 가려 했다. 하지만 이스탄불 공항에서 여권이 든 가방을 도둑맞았다. 재도전을 노리는 싱 씨는 WP에 “같이 준비했던 이들이 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사진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봤다. 나도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인이 미국행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일을 하든 임금이 인도에서 받는 돈보다 최소 3배 이상인 데다 자녀 교육 여건 또한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교육받은 중산층까지 속속 불법 이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인도 디아스포라 전문가인 데베시 카푸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인도 출신 불법 이민자들은 종종 인도에서 가장 번영한 주에서 왔다”고 말했다. 자녀 세대에게는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또 인도는 힌디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이에 일단 미국 땅에 들어오기만 하면 언어가 다른 중남미 이민자보다 상대적으로 정착이 쉽다는 점도 불법 이민을 부추기고 있다.
● 트럼프 “재집권 후 국경 봉쇄부터”
11월 대선에서 재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에 대해 첨예하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기인 2019년 1020만 명이었던 불법 이민자 수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 1050만 명으로 30만 명 늘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는 2일 유세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이 자행한 총기 사건 등을 나열한 뒤 “내가 재집권하면 첫 조치는 국경을 봉쇄하고 (이민자들의) 침공을 막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필요하며 미국의 뿌리 또한 이민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1일 NBC 뉴스는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의 범죄가 최근 몇 년간 감소하고 있다며 “이민자가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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