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가 아니면 언젠가는 다 출소합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켜서 내보내는 게 우리 사회를 위해 나은 일이 아닐까요.”
4일 경기 여주시 소망교도소에서 만난 김영식 소장(61·군산 양문교회 목사)은 “죗값은 당연히 치러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교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문을 연 소망교도소는 개신교계가 설립한 아가페 재단이 국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민영 교도소. 교정 간부 출신인 김 소장은 명예퇴직 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소장 공모에 응모해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재소자들이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더군요.
“국영 교도소는 대부분 각자 갇힌 방에서 먹지만 저희는 공동식당에서 400여 명의 재소자가 4교대로 함께 식사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 알아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요. 재소자들끼리 싸움이나 시비가 붙으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도 있지만 제가 부임한 1년여 동안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함께 걷고,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활동이지요. 저희는 이런 활동이 교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거든요.”
―일각에서는 더 혹독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저도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죗값은 당연히 치러야지요.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엔 어릴 때부터 나쁜 환경에 있다 보니 안 좋은 것만 보고 배워서 그렇게 된 경우도 많습니다. 사형수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다 출소하는데, 교도소에서조차 좋은 문화,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나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교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지요. 제대로 된 교화에 재소자 인권과 처우 개선 등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요.”
―소망교도소 지원율이 3, 4 대 1을 넘는다고요.
“보통 매달 약 20명 정도를 받는데, 전국의 교도소에서 지원 신청이 옵니다. 지원 자격은 7년 이하 형기, 전과 2범 이하 등인데 조직폭력이나 마약 등 중범죄는 제외합니다. 지원서류를 본 뒤 면접을 보는데 ‘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지요. 아무래도 대우도 좋고, 국영 교도소보다는 더 맞춤형으로 교화 프로그램과 멘토링이 진행되다 보니 지원자가 많아요.”
―교도소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셨더군요.
“안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범죄에 빠진 건데, 교도소가 그 안 좋은 환경보다 더 안 좋으면 출소 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인들이 받겠지요. 재소자 중에는 어릴 때부터 성장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 자신이 용서받음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남을 용서할 줄 모르고, 그러다 보니 분노가 쌓여 범죄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자들과 좋은 인간적인 관계를 갖다 보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으면 바뀔 수 있는데 포기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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