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의 인도국이 한국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권 씨의 인도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 몬테네그로의 법원은 지난달 그를 미국으로 인도하겠다고 결정했으나 5일(현지 시간) 이를 번복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내린 권 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기각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은 성명을 통해 “피고인 측 변호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 사건을 1심 재판소에 다시 회부했다”고 밝혔다. 기각 이유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고등법원의 판결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5월 해당 화폐가 급락하자 세계 각국의 투자자에게 최소 50조 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급락 한 달 전인 같은 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세르비아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현지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의 체포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지난달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미국행을 명령했다. 그가 경제 사범에게도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하는 미국으로 인도됐다면 최소 20만 명에 해당하는 국내 투자자의 구제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국내 투자자 또한 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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