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오리지널스)가 종이책으로 재출간되자 온라인 서점에는 이런 독자 댓글이 달렸다. 앞서 이 소설은 올 초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돼 2만 명이 읽으면서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다른 독자는 “밀리의 서재 구독자가 아니라 못 읽었었는데 종이책을 사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전자책으로 먼저 나온 뒤 종이책으로 재출간되는 작품이 늘고 있다. 정보라의 장편소설 ‘호’(포션),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북스피어) 등은 종이책 출간 전 온라인서점 예스24를 통해 전자책이 먼저 나왔다. 에세이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오리지널스)도 전자책이 먼저 출간됐는데 베트남, 태국, 러시아에 판권이 수출됐다.
종이책에 앞서 전자책이 출간되는 사례가 늘어난 건 독서 행태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1년간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이의 비율은 전자책의 경우 2015년 10.2%에서 2021년 19%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이책의 독서율은 65.3%에서 40.7%로 줄었다.
전자책 플랫폼의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밀리의 서재가 운영하는 창작 플랫폼 ‘밀리 로드’에서 연재된 뒤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책을 펴낸 오리지널스도 밀리의 서재가 만든 종이책 출판사다. 한 출판사 대표는 “전자책 플랫폼이 종이책 출간 예정작을 가져오기 위해 5000∼1만 부의 선인세를 보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 선출간 작품 중에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많다. 이 장르를 선호하는 젊은 여성들이 전자책 시장에서 핵심 구매층이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0.5세로, 여성(57.7%)이 남성(42.3%)보다 많다.
출판계 일각에선 전자책 선출간이 종이책 판매량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출판사 대표는 “전자책이 출간되면 종이책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일부 계열사의 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작품을 전자책 플랫폼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자책 선출간이 전체 출판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장르소설 등이 전자책으로 선출간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웹툰에 뺏긴 젊은 독자를 끌어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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