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파는 노인, 남산에서 나무 베어 숯을 굽는다./얼굴은 온통 재와 그을음,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에 새까만 열 손가락./숯 팔아 번 돈은 어디에 쓰나. 몸에 걸칠 옷과 먹을거리에 쓰지./불쌍하구나. 홑옷을 걸치고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다니. (중략)
기세등등 말 타고 온 저 두 사람 누구인가. 누런 옷 입은 관리와 흰옷 입은 시종./손에는 문서 들고 어명이라 소리치며, 숯 수레 돌려 소 몰아 북쪽으로 끌고 간다./수레 한가득 실은 숯은 천 근 남짓. 궁중 관리가 몰고 가니 아까워도 어쩌지 못한다./붉은 비단 반 필과 무늬 비단 열 자, 소머리에 걸쳐 주며 숯값으로 치는구나.
궁중 물품 조달에 당 황실은 전담 관리를 저자로 파견했는데 후일 이 업무가 환관의 손에 넘어가면서 그 횡포가 특히 심해졌다. 지나치게 값을 낮게 매기거나 ‘발품값’, ‘통행료’ 등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상인을 괴롭힌 것이다. 약탈이나 다름없는 이런 행태 때문에 환관이 저자에 등장하면 문을 닫는 가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시인의 직책은 좌습유(左拾遺), 황제에게 국사의 폐해를 지적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간관(諫官)이었다. 환관의 권한이 막강했지만, 소명의식이 투철했던 햇병아리 관리는 이 악습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노인이 ‘홑옷을 걸치고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는’ 것에 대한 연민의 정도 작용했을 터다. 시에는 ‘황실의 물품 구매 방식이 마음 아프다’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다. 문학성보다 시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한 태도, 이는 한대 이후 민가의 비판 정신을 계승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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