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봄을 맞아 ‘사랑이 뭘까?’ 묻는 화제작 두 편이 한국에서 개봉한다. 한 편은 강아지와 로봇의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 다른 한 편은 14세 소년과 사랑에 빠진 35세 유부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메이 디셈버’다. 대척점에 있다고 할 만큼 서로 다른 영화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를 깊게 다뤘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극장을 나온 뒤 오래도록 사랑과 관계에 대해 곱씹게 된다. 두 편 모두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이다.
13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의 주인공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사는 강아지 ‘도그’다.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이 냉동 음식을 데워 먹으며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도그는 어느 날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로봇은 단숨에 도그의 세계를 바꿔 놓는다. 둘은 함께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놀이공원에 간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맛보는 로봇의 표정을 보며 도그는 행복을 느낀다. 흑백 같던 도그의 세계는 로봇을 향한 사랑 덕에 무지갯빛이 된다. 하지만 행복은 늘 오래가지 않는 법. 해변에 놀러 갔던 둘은 그만 깜빡 잠이 들고, 그 사이 로봇은 고장이 나 모래사장에서 꼼짝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해수욕장 폐쇄 기간이 돼 도그는 로봇을 데리고 나올 수 없게 되고, 둘은 해수욕장 재개장 시기만을 기다리며 생이별을 하게 된다.
영화는 103분 러닝타임 동안 대사가 단 한마디도 없는 무성영화이지만 놀랍도록 흡입력 있다. ‘도그’와 ‘로봇’의 눈짓, 몸짓은 그 어떤 대사보다 풍부하게 감정을 전한다. 긴 이별 끝에 둘이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2016년)를 떠올리게 한다. 스페인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의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작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메이 디셈버’는 1997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격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35세 교사이자 네 아이를 둔 유부녀 메리 케이 르투어노가 당시 14세이던 빌리 푸알라우를 성폭행해 아이까지 낳았던 사건이다. 두 사람은 메리가 복역한 뒤 실제 14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게 된다는 설정이다. 복역한 뒤 50대의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30대의 조(찰스 멜턴)는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배우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그레이시 역을 맡게 되고, 촬영을 시작하기 전 두 사람을 만나 이들 마음속 깊은 곳을 탐구한다.
배우 줄리앤 무어와 내털리 포트먼의 연기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특히 내털리 포트먼은 필모그래피에 획을 그을 연기력을 보여 준다. 비상식적인 사랑,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연기자로서의 광기를 살얼음 위를 걷듯 날카롭게 표현해 냈다. 거울 앞에서 그레이시의 심경을 독백하는 장면은 그의 인생 연기라 평가할 만하다. 조 역의 찰스 멜턴은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배우다.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아카데미상에는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