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3월 18일에서 20일까지 사흘간 제3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최한다. 작년 이맘때 제2차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를 주최한 지 1년 만이다. 세계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는 이 시대에 민주주의 세력에 활력을 넣어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도처,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민주주의 지지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민주화의 특별한 역사와 유산을 가진 빛나는 모범 국가로 세계인들에게 보이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비서구권 민주주의 국가이다. 한국인들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투쟁했고, 고도로 발전된 역동적 경제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로 안착했다. 물론 한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개인의 권리를 더 신장하거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기관들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들과 똑같은 기본권과 자유를 향유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내재적으로 성취되었다. 한국인들이 역사의 변곡점마다 자유와 기본권을 선택해온 결과이다. 이러한 민주화 성취로 인해 경제 발전과 기술 혁신도 번창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은 매우 효과적인, 그러나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한류’라는 소프트파워가 있다. 한국산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이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한류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 타 문화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고, 콘텐츠를 매우 효율적으로 확산시키는 디지털 혁신을 장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감받고 사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한류를 활용해 민주주의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를 현지 문화와 맞지 않는 서구의 정치 체제로 여기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비서구권에서도 뿌리 내릴 수 있는 거버넌스 방식임을 웅변할 수 있다.
세계가 민주주의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국을 주목할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리더로서의 위상을 보여줄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 대주제로 삼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지난 정상회의를 통해 논의되어 오던 16가지 어젠다 가운데서는 다음 세대 민주주의의 모습을 결정할 기술과 디지털 거버넌스를 택했다. 급격한 기술 혁신 가운데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고, 반민주적인 세력이 신기술을 악용해 민주주의를 해치는 오늘날에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세계는 민주주의정상회의 개최 이후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할 것이다. 한국은 반부패, 투명성과 책무성, AI와 디지털 거버넌스 등과 같은 핵심적 민주주의 의제들을 논의하는 일에 구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사우스의 시민사회나 독립 미디어, 청년 이니셔티브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을 만들거나 해외 원조 방식을 바꿔 이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 세계는 한국이 진정으로 민주주의 챔피언의 길에 들어섰다고 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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