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1유로 판매’처럼, 전국 빈집 13만채 되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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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부담 伊 빈집 소유자 市에 의뢰
구매자는 활용계획 내고 보수공사
부동산 거래 늘고 관광지로 발돋움
행안부, 인구감소지역 우선 선정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시에서 1유로 프로젝트로 판매될 예정인 빈집의 모습. 마엔차시는 2021년부터 방치된 빈집을 재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곳이 단돈 1유로에 팔린 집입니다. 지금은 낡았지만 곧 새집처럼 리모델링될 예정입니다.”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시에서 클라우디오 스페르두티 마엔차 시장이 허름한 빈집 안으로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집 안에는 깨진 지붕 벽돌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부엌에는 흙먼지가 가득했고, 벽면 타일엔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방치된 빈집이었던 이곳은 마엔차시가 추진하고 있는 ‘1유로 빈집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돼 2021년 이탈리아의 한 건축가에게 1유로(약 1400원)에 판매됐다. 이곳과 다른 빈집 등 2곳을 사서 한 채로 리모델링해 가족들과 살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 같은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전국에 방치된 빈집 13만2000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인구 소멸 위기… ‘1유로’ 집 판매
마엔차는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곳에 있는 소도시다. 최근 젊은층이 도시로 빠져나가며 인구가 3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2021년 기준으로 시내에 방치된 집만 20%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마엔차시는 2021년 ‘1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빈집 소유자가 마엔차시에 판매 의사를 밝히면 시 홈페이지에 매물을 공고해 빈집을 1유로에 구매할 사람을 찾는다. 주로 상속이나 증여받은 곳이 많은데, 세금이나 유지 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집이 주로 매물로 나온다고 한다.

구매자는 빈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3년 이내에 개·보수 공사를 시작하고, 공사를 시작한 뒤 3년 이내에 완공해야 한다. 리모델링 비용은 ㎡당 600∼700유로(86만∼100만 원) 정도로 건설협회 등으로부터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 우리나라 빈집에 적용 방안 모색
빈집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엔차시의 부동산 거래도 늘었다. 최근 2년간 마엔차 시내에서 빈집이 아닌 일반 집 27채도 거래됐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덕이다. 이탈리아 건축가에게 판매된 빈집 역시 2021년 8월 처음으로 판매 공고가 올라왔을 때 전 세계에서 105명이 구매 의사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토대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국내 지역의 빈집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약 145만 채에 달한다. 이 중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은 13만2052채(9.8%) 정도다. 절반가량인 6만1000채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다.

예를 들어 충북 충주시 ‘관아골’은 빈집을 청년들이 고쳐 쓸 수 있도록 지원해 개성 있는 골목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해 관광명소로 재탄생시켰다. 이처럼 정부는 올해 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빈집 철거와 보수, 활용을 지원하는 등 빈집 재생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중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의 주택 1채를 새로 구입하면 재산세율을 인하해주는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부담도 줄일 계획이다.

행안부는 13만여 채 중 인구감소지역의 빈집을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정확한 규모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특례를 적용할 지역과 요건도 추후 발표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방치된 빈집이 우범 지역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엔차시 사례를 토대로 빈집 활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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