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들 업무 편하게 볼 수 있게
디지털 취약계층 위한 서비스 확대
점자 보안카드 등 장애인 맞춤도
65세이상 대상 새 고객층 확보 등… 영업점 축소 추세 대응책 떠올라
“다른 은행보다 화면 글씨도 큼직하고, 안내 방송도 커서 나이 든 사람들이 은행 업무 보기엔 편하네요.”
5일 경기 고양시 하나은행 탄현역 출장소에서 만난 최모 씨(67)는 본인을 ‘단골 손님’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최 씨가 방문한 탄현역 출장소는 ‘시니어 특화점포’로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은행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최 씨와 같은 고령층은 물론이고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어나며 은행권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시니어 특화점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고령층 고객을 위한 큰 글씨와 안내방송이었다. 차례를 알려주는 예금 창구 안내판에는 담당 직원 이름, 사진, 광고 등이 없이 간단히 숫자만 큼직하게 실려 있었다. 대기 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다른 지점에 비해 컸다.
창구에선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통해 난청 고객을 위해 은행 직원의 음성이 앞에 놓인 태블릿에 바로 입력되기도 했다. 이날 은행에 방문한 김모 씨(63)는 “다른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귀가 안 좋은 고객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데 여기는 애초에 방송을 크게 해주니 편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쉬운 용어로 메뉴를 구성한 쉬운 말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하는 등 고령층이 은행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시각장애인용 실물 점자 보안카드와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무상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청각장애인을 위해 콜센터 수어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는 건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점포를 폐쇄하더라도 디지털 취약계층 등 소비자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합산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3931개로 2020년 9월 말(4539개)보다 13.4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는 6개에서 12개로 2배가 됐다. 은행권은 시니어 특화점포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 만큼 은행권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 개설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일반 영업점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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