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조은아]獨 연방군의 강적은 ‘저출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2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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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러시아 위협에 자국군 키우기 박차
온갖 노력에도 저출산에 병력 줄어 고민

조은아 파리 특파원
조은아 파리 특파원
지난주 프랑스 파리 곳곳에 못 보던 포스터가 붙었다. ‘마크롱, 우린 우크라이나를 위해 죽지 않을 것’이란 글이 담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내건 문구다. 일부는 프랑스군의 파병을 반대하는 집회도 조직했다. 거센 반발에 놀란 마크롱 대통령이 “당장 파병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최근 유럽에선 전쟁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이 높다. 이웃 독일은 더 그렇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을 향한 핵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도 군이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육군의 최대 주둔지인 니더작센주 문스터를 찾았을 때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군이 작아졌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어찌 대응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이런 위기감을 더 키우고 있다. 그는 유럽 방위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와해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도 심심찮게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은 부랴부랴 군 키우기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국방력의 ‘차이텐벤데’(역사적 전환점)를 선언하며 방위 특별보강비 1000억 유로(약 144조 원)를 책정했다. 국방 예산도 2배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독일 국방부는 2023년 기준 연방군이 오히려 약 15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 국가란 꼬리표 때문에 오랜 기간 군비 증강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화로운 시기를 거치며 병력 수요가 줄어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한 영향도 컸다.

무엇보다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다. 군인을 늘리려 군비를 대폭 확충하고 징병제를 부활시킨다고 해도 급감하는 인구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2021년 기준 독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58명.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독일은 징병제 부활은 물론이고 외국인 입대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해 독일 합계출산율의 반 토막 수준(0.81명)인 한국의 상황은 더 위험하다. 20세 남성 인구 감소에 따라 신규 병력 규모가 2022년 27만 명에서 2040년 16만 명으로 줄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이가 잊고 있지만 한국 또한 여전히 휴전(休戰) 국가다.

과거에는 설사 자국군이 부족해도 유사시 동맹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순진한 발상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키라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일어난 ‘두 개의 전쟁’으로 서방 주요국의 무기와 재원은 이미 고갈되고 있다. ‘이제 우리 안보를 챙기기에도 바쁘다’는 인식이 곳곳에서 팽배하다. 그러니 출산율 ‘꼴찌 국가’ 한국은 ‘한국군의 최대 적(敵)은 저출산’이란 외신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獨 연방군#강적#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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