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대 10대중 9대 ‘톤세제’ 적용
한국은 5년 단위로 폐지 여부 결정
“선진국처럼 영구적인 법제화 돼야”
“톤세 제도를 폐지하면 등록 선박들이 순식간에 다른 나라로 떠나가버릴 겁니다.”
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내에 있는 왕립선주협회에서 만난 로데베이크 비세 세무법률 담당이사는 “톤세제가 폐지되면 등록 선박들이 톤세가 시행 중인 다른 국가로 선박을 옮기게 돼 해운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톤세제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톤세제는 해운기업이 영업이익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의 t 수에 따라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톤세제는 이미 해운업계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스(1957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1996년), 한국(2005년) 등 총 28개국에 도입됐다. 세계 선대 10대 중 9대(89%)가 톤세제 적용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비세 이사는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한쪽 국가로 선박 등록이 몰리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5년 단위로 톤세제 일몰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도 12월 톤세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 해운업계는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톤세제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톤세제가 폐지될 경우 자칫 해운업 전반이 위축되거나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 수입이 2005년 24조7661억 원에서 2022년 62조5225억 원까지 커진 데는 톤세에 따른 선대 확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5년 단위로 톤세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반면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는 10년 단위로 타당성 검사만 실시해 사실상 영구적인 제도로 정착돼 있다. 국제적으로 톤세제 도입 후 폐지한 사례도 없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톤세 대상 소득과 선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그리스 노르웨이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는 톤세 적용 범위에 자본·금융 소득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년 미만 단기 유동자산의 이자소득을 제외하면 금융·자본소득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스와 영국 등 국가는 어선과 해상풍력 지원 선박도 톤세 대상 선박에 포함시켰다. 영국은 내년부터 선박관리 산업까지 톤세 대상 범위를 추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해운산업은 운임이 매우 크게 요동치는 점을 고려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기업에 주기 위해 톤세 제도가 마련된 것”이라며 “5년마다 일몰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보다 선진국처럼 영구적인 법제화가 돼야 본래 도입 취지에 알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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