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김경호 사경장
예일대 도서관서 8월 11일까지 전시
“종교 서예 한문 어우러진 종합예술… 세계에 아름다움 알리는 계기 되길”
“사경(寫經)은 종교, 서예, 한문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지요. 전 세계에 한국 불경 사경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경전을 필사하고, 경전 내용이나 교리를 그리는 사경. 사경은 가장 오래된 예술 분야 중 하나지만 성경, 꾸란(이슬람 경전) 등에 비해 한국 불경 사경은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다.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예일대 스털링 메모리얼(Sterling Memorial) 도서관에서 사경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경호 사경장(국가무형문화재·사진)을 12일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사경연구원에서 만났다. 그는 “함께 전시된 성경, 꾸란과 비교해 보면 한국 사경 예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경: 영적인 수행(Copying Sacred Text: A spiritual practice)’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8월 11일까지 열린다. ―성경, 꾸란과 함께 전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 작품을 중심에 놓고 예일대가 소장하고 있는 성경, 꾸란, 토라(유대교 율법서) 필사본을 함께 전시했는데, 한국 사경과 비교해 보라는 취지예요. 예일대에서 그렇게 콘셉트를 잡았더라고요. 모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대표하는 오래되고 뛰어난 문화재이자 예술품인데, 그만큼 우리 사경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어요.”
―예일대에서 한국 사경 전시는 처음이라고요.
“20여 년 전부터 제가 외국에서 강연, 시연 등을 하면서 세계적인 박물관, 미술관을 가봤는데 성경, 꾸란 등 다른 종교 사경 작품과 달리 우리 불경 작품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사경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 뉴욕에 있는 갤러리 담당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워낙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9년 맨해튼에 있는 티베트 하우스란 곳에서 초대전을 열게 됐는데, 마침 예일대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일미 스님이 보러온 게 인연이 됐지요.”
―허락을 받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예일대에는 세계 최고라 불리는 바이니키 고문서 도서관이 있어요. 그만큼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경전 필사본들이 많이 있지요. 당연히 이 분야의 전문성도 세계적인 수준이고요. 제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 작품 선정 담당은 물론이고 출판, 행사, 전시, 예산 등 10여 개 분야 담당자가 오더라고요. 어렵게 통과하고 나니 코로나가 터지고…. 그래서 한 3년여 늦어진 올해야 하게 됐지요.”
―사경이 종교를 가리지 않고 수행의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던데요.
“펜으로 성경이나 불경을 옮겨 적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메모하듯이 빨리 휙 쓰는 사람은 없지요. 또 틀리지 않기 위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게 돼요. 눈으로 읽는 것보다 몇 배, 몇십 배 느릴 수밖에 없지요. 차를 타고 휙 지나갈 땐 꽃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걸으면 꽃도 보이고 그 속의 나비와 벌, 잎에 어린 이슬까지 보이지 않습니까. 일단 마음을 차분하게 침전시키는 것, 그것이 수행의 가장 첫 번째 단계지요. 예일대에서 전시회 주제 설명을 ‘영적인 수행(A spiritual practice)’이라고 한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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