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임원 가운데 국내 대표 이공계 대학인 ‘설카포(서울대·KAIST·포스텍)’ 출신과 ‘석박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인텔, 구글, 메타 등 해외 빅테크 출신 인재도 크게 늘었다.
14일 동아일보가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통해 2018년 말 기준 임원 1044명과 지난해 말 기준 임원 1163명의 주요 경력 및 학력 등을 분석한 결과 ‘공대 박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격차’와 ‘기술인재’를 강조하는 삼성전자의 경영 방침이 임원 인사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설카포’ ‘박사’ 늘어… 임원 셋 중 하나는 유학파
삼성전자에서 설카포 출신인 임원은 2018년 204명에서 지난해 270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원 가운데 설카포 출신의 비중은 19.5%에서 23.2%로 증가했다. 특히 최종 학력이 ‘설카포 박사’인 임원은 같은 기간 115명(11.0%)에서 171명(14.7%)으로 증가했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도 2018년 215명(20.6%)에서 지난해 279명(24.0%)으로 늘었다.
석박사 임원도 늘었다. 2018년에는 임원들의 최종 학력이 ‘학사>석사>박사’ 순으로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석사>박사>학사’ 순으로 바뀌었다. 최종 학력이 학사인 임원은 2018년 398명(38.1%)에서 지난해 336명(28.9%)으로 줄었다. 반면 석사 출신은 372명(35.6%)에서 446명(38.4%)으로, 박사 출신은 271명(26.0%)에서 377명(32.4%)으로 증가했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 출신도 2018년 335명(32.1%)에서 지난해 383명(32.9%)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 임원 셋 중 하나는 유학파인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창업자를 배출한 스탠퍼드대 출신이 15명에서 29명으로 증가하며 가장 많았다. 하버드대 출신은 6명에서 9명,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은 12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기술인재 육성’을 꼽는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삼성리서치를 방문하고 삼성명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인재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KAIST와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울산·대구·광주과학기술원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산학 연계 과정도 운영 중이다.
● ‘빅테크’ 출신 늘고, 세대교체 진행되고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메타,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 임원 수는 2022년 32명에서 지난해 44명으로 37.5% 늘었다.
지난해 김훈식·서상원 상무를 영입해 애플 출신은 총 8명이다. 인텔 출신은 김태경·송영근 상무가 합류해 6명이 됐고, 메타 출신은 김현덕·이승민 상무 등 4명이 됐다. 엔비디아 출신 권정현 상무, AMD 출신 이성준 상무 등도 지난해 합류했다.
임원들의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2018년 삼성전자 임원의 주류는 1960년대생(677명·64.9%)이었다. 1970년대생은 348명(33.3%)으로 뒤를 이었다. 당시 회장이었던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1942년생)과 권오현 회장, 신종균 부회장, 윤부근 부회장 등 1940∼1950년대생은 18명이었지만, 1980년대생은 한 명뿐이었다.
지난해엔 김기남 전 회장이 물러나며 임원 전체가 1960년 이후 출생자로 채워졌다. 1960년대생 임원은 308명(26.5%)으로 줄었다. 1970년대생 임원은 821명(70.6%)으로 늘며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1980년대생 임원도 34명(2.9%)으로 증가했다. 최연소 임원은 1985년생인 김태수 상무와 배범희 상무다. 여성 임원은 2018년 59명(5.6%)에서 지난해 80명(6.8%)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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