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서울 최대 격전지인 ‘한강벨트’ 지역구 후보자들이 14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 및 부임 논란에 대해 “정권 심판론의 빌미를 줬다” “대통령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들끓고 있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사 논란이 ‘스윙보터’(선거 때마다 정당에 번갈아 표를 던지는 부동층 유권자) 지역인 한강벨트 민심을 강타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공작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정면돌파하겠다는 태도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간 (이 대사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출국 금지를 길게 연장시키면서 적용한 것은 누가 봐도 기본권 침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권 일각의 이 대사 임명 철회설도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명 철회 주장은 나와) 다른 생각”이라며 “이 대사가 내일이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부르면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공수처가 나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 통보를) 한다면 언제라도 들어오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떳떳하게 들어와 조사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강벨트 후보들 “심판론 빌미 줘”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를 탈환해야 하는 국민의힘 한강벨트 후보들은 “꼭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총선 전에 부임시켜야 했느냐. 정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서을에 출마하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야당 공격 프레임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깔끔하게 여기서(국내서) 정리하고 부임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마포갑의 조정훈 후보는 “굉장히 큰 앞바람을 맞고 있다는 걸 만나는 유권자의 눈짓, 손짓에서 느낀다”며 “대통령실도 누구보다 총선에서 이기고 싶을 텐데 결자해지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결단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동작갑 장진영 후보는 “주민들도 ‘왜 지금 (이 대사를) 보냈냐’는 반응이라 후보들에겐 굉장히 난감한 악재”라며 “한 위원장이 정작 이런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한동훈 약발’이 유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강동을 이재영 후보도 “한 위원장이 선거를 이기기 위해 왔다고 했잖나. 이 이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서갑 구상찬 후보도 “이 대사 기습 부임은 분명 여당에 부담이 된다”며 “그 뒤로 당의 상승세가 주춤해 지금은 많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세가 강한 서울 강남권과 여당 텃밭 후보들의 우려도 터져 나왔다. 한 강남권 후보는 통화에서 “정권심판론적 성격의 선거에서 위험 요소가 크다”고 했고, 또 다른 지방 후보도 “대사 임명과 출국을 강행한 건 중도층이 되게 싫어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미 아그레망(부임 동의)도 받고 나가 있는데 (임명 철회는) 외교적인 문제도 있고,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고 있지 않아서 언제든 조사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총선용 정치공작, 임명 철회 말 안 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우려 속에 이 대사의 임명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며 야당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으로 자꾸 이거를 도주, 도피 이렇게 (프레임을) 씌우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며 “근무지만 해외일 뿐이지 공직자의 도주나 도피가 되는 사항이냐”고 했다.
대통령실은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 대사 임명 철회 여론에 “말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권 내부를 향해 “자기만 살겠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뒤 수사도 하지 않으며 이를 두 차례 연장하고, 야당이 총선 직전에 쟁점화하는 ‘총선용 정치공작’의 일환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길목을 잡고 이런 타이밍이 오기를 어떻게 보면 기다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장 실장도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치가 ‘수사 회피용’ 출국이라는 비판에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면서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한 시비들은 주객이 전도되고 핵심이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 대사 임명 및 해외 도피 의혹 경위를 묻겠다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이 “총선용 정치공세”라며 거부해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때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된 이 대사는 출국금지 상태인 것이 드러나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조사를 받고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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